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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묘 가는 길

성묘 가는 길

 

저희 조상님의 산소는 만경읍 소토리에 있습니다. 아버님이 태어나서 고등학교 때까지 거주하셨던 동네 인근에 있는 야산입니다. 여러 진척들의 산소와 함께 있습니다. 우리는 매년 추석 때와 설날이 오면 가족들이 성묘하러 가곤 합니다.

 

추석 일주일 전쯤에서 조상님들이 계시는 산소에 벌초를 합니다. 직업적으로 해주는 사람에게 의뢰하지 않고 전주에 있는 형제들끼리 했었습니다. 아버님이 건강하셨을 때는 벌초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도 않았는데, 아버님이 못 가시니 우리가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초기를 빌려 형제들 셋이서 번갈아 가며 벌초를 하곤 했었는데, 내가 인천으로 올라오고 난 후부터는 전주에 남아 있는 두 아우들이 수고를 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까지 산소에 가기 위해서는 전주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대야에 내려 만경까지 가는 버스로 갈아타야 합니다. 그때는 아직 자가용이 없던 때라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명절 때 만원 버스를 탄다는 것은 힘든 일 중의 하나입니다. 너무 많은 인파로 인해 버스가 미어터질 정도입니다. 그래서 추석 때 성묘 간다는 일은 만원버스에서 부대끼는 일을 각오해야 합니다. 그래서 아버님이 가자고 하면 장남이라 안 간다고 할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따라는 가지만 즐거운 길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고생하고 다녔던 성묘 가는 길이 차를 구입하고 나서는 한결 편해졌습니다. 아침 식사하고 가족끼리 그냥 쌩하고 바람 쐬러 가는 정도로 수월해졌습니다. 형제들도 거의 차들이 있으니 성묘 가는 길이 수월해졌고 차량이 몰리는 시간대만 피하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예전에 거의 반나절이나 소요되는 길이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게 된 것입니다. 이제는 도로 양쪽에 핀 코스모스도 의식해 가며 한적한 시골길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갑니다.

 

성묘 가는 날이면 아버님께서는 지난 일들을 추억하시곤 합니다. 고등학교에 군산 상고를 다니셨는데 집에서 대야까지 자전거타고 와서 대야에서 기차를 타고 군산까지 통학을 하셨습니다. 그 당시는 도로 포장도 안 된 먼저가 뿌옇게 일어나는 신작로 길이었습니다. 그 길을 한 시간 남짓 자전거로 통학을 하셨다고 합니다. 펑크도 자주 나곤 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중간지점에서 같은 방향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 동행이 있었고 걸어서 가는 여학생도 한 명 있었다고 하지요.

 

자전거 타고 가는 두 학생은 중간에서 여학생을 서로 태워주기 위해 경쟁을 했다고 하지요. 그 후엔 어떻게 진행이 되었는지는 말씀은 안 하시지만, 그런 저런 지나간 옛이야기를 하면서 아버님은 성묘 갈 때마다 신이 나서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성묘 가는 길의 아버님의 추억으로 가는 여정이기도 했습니다. 그 길이 지금은 말끔하게 포장이 되어서 싱싱 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코스모스는 가을바람에 한들거리고 있고요.

 

그렇게 해서 조상님께 인사 올리고 나면 때맞춰 온 친척들과 싸가지고 간 음식들을 들어가며 그 동안 안부를 묻곤 했었습니다. 아버님이 병원에 입원하신 후 부터는 형제들끼리 조촐하게 아버님이 다니셨던 길을 횡 하니 갔다 오곤 했었습니다. 그런 길을 올해는 코로나 방역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가족들 모임을 취소했습니다. 드라이브 겸해서 다녀오는 성묘 길마저 생략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코스모스는 올해도 한들거리고 있을 것입니다.

 

다음 달에 있는 아버님 추모일에 겸사겸사 다녀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