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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라는 것

이별이라는 것

 

사람이든 사물이든 항상 곁에 있다가 헤어진다는 것은 참으로 섭섭한 일이다.

오늘, 나는 그동안 정들었던 내 차와 이별을 고했다.

차량을 넘겨주기 위해 소지품들을 정리하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3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항상 내 곁에 있으면서 정이 들었나 보다..

그리고 오늘 막상 떠나는 모습을 보니 왠지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그 전에도 몇 번 차량을 교체하기는 했었다.

그때는 별로 오늘처럼 헤어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바로 새 차가 이어서 내 손에 들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는 차를 아예 없이 지내기로 작정하고 처분해서 그러나 보다..

차를 처분하고 앞으로는 BMW를 이용하기로 작정했다.

 

나와 차와의 인연은 지난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회사의 판촉 행사 일환으로 어쩔 수 없이 구입하면서 시작되었다.

대우의 르망을 시작으로 에스페로, 레간자, 매그너스를 차례대로 구입하였다.

대우그룹에 근무하면서 대우자동차만을 구입해야 했었기 때문이다.

 

대우그룹을 퇴사하고는 현대의 그랜저 중고를 운행했었는데,

눈길에 미 끌어 저 파손되는 바람에 대우의 신차 알페온을 구입했다.

대우를 퇴사하고 주유소를 운영하면서부터는 기름값 걱정 없이 대형차를 몰았다.

주유소를 정리한 후에는 기아의 K3 소형으로 장기 리스를 했었고,

4년간 리스를 하면서 금년 말에 반납 예정이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작년부터 차량 운행이 뜸해졌다.

한 달에 한두 번 운행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냥 세워놓은 상태에서 할부 비용만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위약금을 감수하고라도 조기 반납하는 것이 더 경제적인 것 같았다.

앞으로 어쩔 수 없이 차가 필요한 경우에는 렌트를 하기로 했다.

 

그동안 차를 운전하면서 사고가 몇 번 있었다.

회전반경을 생각지 않고 돌다가 옆구리가 벽에 간섭되어 찌그러들었고..

급작스럽게 차선 변경을 하다가 뒤차에 옆구리가 받쳤다.

눈 길에 미끄러지면서 다리 난간에 부딪힌 것이 두 번 있었다.

다행히 인사사고는 없어서 불행 중 다행이었다.

 

앞으로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던지 걸어 다녀야 한다.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면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고,

지하철은 경로우대카드를 사용하면 무료다.

차량 할부금 지출이 없으니 경제적으로 이득이고,

집 앞에 주차할 자리를 찾으려고 헤매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간혹 타이밍이 맞아 차를 얻어 탈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나저나 있다가 없으니 왠지 허전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래서 며칠 전에 동해안으로 1박 2일 이별여행을 갔다 왔었다..

이번 차량만큼은 3년 동안 사고 없이 잘 타다가 반납할 수 있어 다행이다.

부디 건강이 허락되어서 죽을 때까지 걸어 다닐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