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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새벽 단상

주말 새벽 단상

수봉산의 산책 코스

아침에 휴대폰 알람이 울린다. 5시 10분, 기상시간이란다.

평상 시엔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났는데, 오늘은 좀 늦었다.

매일을 휴일처럼 지내건만, 몸은 주말을 아는가 보다.

 

두툼한 잠바를 입고 문을 나선다. 바람이 세게 분다.

어제 봄비가 오더니 좀 쌀쌀하다. 옷깃을 세우고 길을 나선다.

항상 가는 새벽 걷기 코스인 수봉공원 정상까지 올라간다.

시내 도로를 20분 걷고, 오르막과 계단을 또 20분 정도 걸어야 한다.

그래도 한 달 이상 꾸준히 올랐다. 이제는 안 가면 좀이 쑤신다.

처음엔 정상까지 가는 일은 힘이 든다. 이제는 가뿐하다.

그러나 오르막과 계단을 오르는 일은 더 힘이 든다. 도합 400여 개의 계단이다.

 

정상에 올라가면 잘 다듬어진 산책 코스와 운동 기구들이 있다.

벌써 부지런한 어른들이 열심히 걷고 운동을 한다.

6시가 되자 스피커에서 국민체조 시간이라고 하며 음악이 나온다.

음악에 맞춰 예전 회사 다닐 때 생각하며 체조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음악에 맞추어 체조를 한다.

뻑적지근하다.

그래도 하고 나서 함성을 지르면 기분은 그만이다.

수봉공원의 인공 폭포

체조를 마치고 운동기구를 이용하여 어깨, 허리, 다리 운동을 마무리한다.

넓은 광장에는 트로트 음악에 맞추어 일단의 여자들이 에어로빅을 한다.

하면서 무엇이 즐거운지 까르르 웃음이 가득하다.

늙으나 젊으나 여자들은 잘 웃는 것 같다. 별일도 아닌 일에 까르르한다.

 

이른 새벽에 젊은이들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쉬는 날 새벽잠은 꿀잠일 것이다.

나이 들면 아침잠이 없어진다고 하더니 사실인 것 같다.

모두 다 60대 이상 노인네다. 끼리끼리 모여 안 해도 되는 잡담을 하는 이도 있다.

코로나 이야기다. 총선 이야기도 한다.

늘 그런 말만 한다고 해서 '늙은이'라고 한단다. 혹시 나도 그러고 있을까?

 

내려오기 전 산책코스를 따라 두 바퀴 정도 걸었다.

나이 든 어떤 분이 뒤로 걷기를 한다.

그런데 신발 밑바닥을 땅에 스치는 잡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괜히 신경이 쓰인다.

수봉산에서 본 인천 시내 전경

정상이라 그런지 바람이 더 세차다. 그래도 맞을만하다.

인천시내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시멘트로 지어진 우중충한 건물 일색이다.

새벽을 밝히는 불빛들이 보일 뿐이다. 

일찍 핀 벚꽃들이 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떨어진다.

 

6시 반이 되어 되돌아 가는 길에 들어섰다.

머리를 들어 동쪽을 보니 해가 솟아오르기 직전이다.

일출을 보고자 했더니 바람에 흔들린 구름에 가려져 있다.

여명의 빛이 붉게 물들었다.

주위를 보니 총천연색이다. 

벚꽃의 연핑크색, 개나리의 샛노란색, 수양버들의 연한 연두색,

목련의 베이지색, 진달래의 진한 핑크색 등

그리고 나무들의 새싹들이 초록 일색이다. 

꽃님들이 바람이 났나보다. 모두들 고개를 내밀고 있다.

사람들의 재킷도 우중충한 회색에서 가벼운 색으로 바뀌어간다.

봄은 이렇게 온지 모르게 벌써 내 곁에 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