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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웠던 첫 경험

지금 같으면 ‘성 추행’?

지금 같으면 ‘성 추행’?

 작년부터 미투(me too) 운동이 물밀 듯이 우리 사회에 밀려왔습니다. 그동안 음지에서 당해야만 했던 여성들의 성적인 폭행과 추행들을 용감하게 고발하여 차후에는 이러한 행동을 하지 말자는 사회정화운동이지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용감하게 그런 사실을 폭로하고 시정하자는 운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실들을 접하면서 나도 혹시 그런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지 뒤돌아보니 부끄러운 사실 한 가지가 떠오릅니다. 그 당시 그 행동이 누구를 ‘희롱 한다’든가 그런 이유 때문에 저지른 행동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오직 장난 끼많은 저의 성격으로 인해 우발적으로 일어난 행동이었다는 것이지요.

 

 정확한 시기는 기억이 가물가물 거리지만, 아마 지금부터 30여 년 전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대우중공업 산업차량본부 생산기술팀장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외근을 마치고 저녁때쯤 귀사를 했습니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저희 팀 여직원 책상에 자재팀에 근무하는 여직원이 와서 통로를 막고 책상 위에 엎드려서 고개를 맞대고 무슨 얘기를 재미있게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장난 끼가 발동하였습니다. “길을 비켜야 지나가지라고 말하면서 통로를 막고 있는 여직원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하고 쳤습니다.

 

 그 순간, 그 여직원은 얼굴을 들더니 눈물을 흘리며 우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자기 팀 사무실로 그냥 가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당황스러웠습니다.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장난스럽게 그냥 가볍게 한 대 때린 것뿐인데, 그런 걸로 울만한 사항이라고는 생각하지를 못했습니다. 의아해하고 있는데 우리 팀 여직원이 설명을 합니다. 그렇게 여자 엉덩이를 함부로 때리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여자에게 수치감을 느끼게 하는 행동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실수를 해도 엄청난 실수를 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사자에게 빨리 진심을 얘기하고 사과를 해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직접 얼굴을 보고 할 용기는 없어서 그 여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사과를 했습니다. 아무 말도 안 하고 우는 소리만 들렸습니다.

 다행히 사건은 그런 선에서 수습이 되었습니다. 나와 우리 팀 여직원과 당사자만이 알고 있는 일이었습니다. 천만다행이었고 십년감수한 느낌이었습니다. 지금 같으면 회사에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문제가 확대될 수 있는 사항이었지만, 그 당시는 그런 일로 문제 삼을 정도로 확대될 일은 아니었습니다.

 

 일 년 정도 지나, 그 여직원은 회사 직원과 사내 결혼을 하고 퇴사를 하였습니다. 상대 남편도 제가 잘 아는 직원이었습니다. 그룹 체육대회 때 회사 대표 축구선수로 출전하여 같이 운동도 한 후배 직원이었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신혼 집들이 하는 자리에 초대를 받아 참석을 하였습니다. 축하주를 권하면서 사무실에 있었던 그날 해프닝에 대한 얘기를 하며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같으면 웃을 수 있는 일이었을까요? 아마 그 자리에 초대도 받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낍니다.

 

저는 지금 새로운 경험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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