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번째 사업 – 세녹스(2)
어제에 이어 저의 첫 번째 사업에 대한 아쉬운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오픈한 지 보름도 되지 않은 10월 초, 지방신문 사회면에 저희 세녹스
판매점이 대서특필 되었습니다.
판매점 사진과 함께 ‘휘발유 시장 대혼란’이라는 제목으로 신문 한 면
전체에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로 인해 한마디로 광고가 제대로 된 것입니다. 신문에서 보았다고 하면서 차들이 밀려오기 시작했고, 우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매일 벌어졌습니다.
대박이었습니다.
보통 잘 팔리는 일반 주유소에서 하루에 팔리는 휘발 유량이 약 7,000~8,000리터 정도입니다.
그런데 세녹스는 그보다 배 이상 팔렸습니다. 출퇴근시간에는 20~30미터 정도 대기차량이 줄을 섰습니다.
마진은 보통 휘발유의 세 배가 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 달 매출이익이 어마어마했습니다.
그 당시 이렇게 대박 나는 사업 아이템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니 얼마나 신이 났겠습니까?
조그만 도시인 전주에 금세 소문이 났습니다. 대리점을 개설하려고 광고하고 찾아다니지 않아도 서로 달라고 난리였습니다.
전국에서 대리점을 열기 희망하는 사람들이 매일 우리 판매점을 방문하여서 설명을 듣고 갔습니다.
제주도만 제외하고 전국에서 희망하는 사람들이 왔었고, 전북에서도 대리점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와서 판매권을 획득하기 위해서 문전성시를 이루었습니다. 다른 도에서는 소방서에서 위험물 취급 허가를 순순히 내주지 않았습니다.
산자부의 압력 때문이었지요. 그런 관계로 어떻게 허가를 받았는지에 대한 설명과 실제로 차량이 밀려오는지 직접 확인하러 왔었습니다. 본사에서도 우리 판매점을 방문해서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하고, 다른 지역에도 활성화하기 위해서 문의를 해오는 사람들에게 우리 판매점에 가보라고 안내를 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세녹스는 대체연료가 아니고 첨가제로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승용차의 연료탱크 용량대로 가득 주유할 수 없습니다. 첨가제이기 때문에 주 연료인 휘발유보다 더 많은 비율을 채울 수 없습니다. 50% 이상 채우면 전세가 역전되어 세녹스는 첨가제가 아니고 연료가 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차량별 탱크용량의 40% 정도까지만 주유를 해줍니다. 한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셈이지만, 이론상으로는 맞는 해석이었습니다.
그런데 탱크 용량의 40%만 채우고 갈려고 하는 차량이 있겠습니까? 세녹스 넣고 다니다가 또 세녹스 넣고 다닐 수도 있는 것이고, 한 번 주유하고 다시 돌아와서 채우면 거의 가득 넣고 다니는 셈이지요.
그래도 우리는 규칙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의 설명과 함께 40%만 주유했습니다.
문을 연지 1~2달 까지는 들어오는 차량마다 세녹스에 대해 설명해주어야 했으므로 목이 아플 지경이었습니다.
주유원들은 쉴 틈도 없이 밀려들어오는 차량들을 맞이하기 위해서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했기 때문에 몹시 피곤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세녹스가 인기를 몰아가자 시중에는 세녹스를 가장한 불법 세녹스가 깡통에 담겨 유통되기 시작했습니다. 몰래 숨어서 가짜를 판매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세녹스로 인하여 아마
공공연하게 가짜 첨가제가 깡통으로 유통된 시발점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만큼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우리 판매점 주위에 있는 주유소들은 휘발유 판매가 1/3 이하로 급감했다고 합니다.
TV의 정유사 CF에 나오는 탤런트 임현식 씨가 ‘줄을 서시오’라고 말하는 것처럼 밀려오는 차량을 안내했습니다.
교통 지시봉을 들고 즐거운 마음으로. 그러다 보니 하루에 입금하는 현금을 퇴근할 때 가방에 담아 가는 발걸음은
신바람이 절로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단기간에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벌어들인 이익금을
수도권 지역에 투자하기도 하였습니다. 나중에는 일이 엉클어지는 바람에 오픈도 하기 전에 막을 내려야 했고,
대리점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하던가요!
그렇게 신나는 사업이 1년도 지속되지 못했습니다. 첨가제로 허가받을 때부터 거대 정유사의 압력과 산업자원부의
일관성 없는 지침으로 인하여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쳤었습니다. 소방업무를 관장하는 행자부에 위험물 취급소 허가를 내주지 말라는 협조공문 발송으로 위험물 취급소 개설이 수월치 못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가급적이면 취급소 허가서류를 받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세녹스의 일부 핵심 원료를 제한하는 행정조치와 석유품질관리원의 조직적인 방해공작으로 인한 검찰 고발 조치 등이 이어졌습니다.
불안한 가운데에서 판매를 할 수밖에 없었고, 순탄하지 않았지만 법 테두리 안에서 대박 장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거대 정유사의 로비와 산자부의 합동작품으로 석유사업법이 개정되어 세상에 나온 지 일 년도 안 되어 세녹스는 불법이 되고 말았습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셈이었지요.
개정된 석유사업법은 국무회의를 통과한 지 일각의 유예기간도 없이 즉시 적용되었습니다.
그 법을 무기로 전국 합동단속반이 편성되어 단속이 시작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저도 합동단속반에 조사를 받았습니다. 난 생 처음으로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았고,
약식 기소되어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개정된 법에 의한 '석유사업법 위반'으로 말이지요.
세녹스 본사에서는 법원에 제소했지만, 1심에서는 무죄판결 난 것이, 2심과 대법원에서는 유사석유로 판명이 나서
우리나라에서는 세녹스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원유를 정제하고 난 부산물로 만들어진 제품을 그냥 사장시켜버리는 꼴이 되었습니다. 거대 자본의 힘과 그와 손잡은 권력 앞에 무력해지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이러한 일은 자주 일어나고 있을 것입니다. 합법을 가장한 불법적인 방법으로 말이지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국가적으로 친환경적으로 이익이 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좀더 대승적인 차원에서 합법적인 대체연료 법을 만들어 시장이 활성화되었다면 지금의 내 모습은 많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아, 옛날이여!
나는 지금 새로운 경험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