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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해도 되는 첫 경험

병원에 입원하다(1)

병원에 입원하다(1)

 저는 나이 50이 될 때까지 입원을 할 정도로 장기간 병원신세 한 번 진적 없는 건강 체질로 태어났습니다.(근데, 아버님은 5형제의 장님인 저를 ’비실이‘라고 말씀하셨지요.) 사소한 감기야 몇 번 있었지만 그 외의 일로 병원에 간 적은 없습니다. 운동하다가 외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받은 적은 있지만, 그 정도야 다들 한두 번 정도 있을 것입니다.

 

 제가 최초로 장기간 병원에 입원할 수밖에 없는 일이 20066월에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20062월에 인천에 거주하고 있을 때 고등학교 동창들하고 34일 예정으로 부부동반 캄보디아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해외여행을 가게 되면 거의 빠지지 않는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현지 가이드의 안내로 쇼핑센터에 가는 일일 것입니다. 해외여행 중에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일 중의 하나이지요. 우리 일행도 어김없이 쇼핑센터에 들렀습니다.

 

캄보디아는 전통적으로 비단이 유명합니다. 그러한 관계로 예부터 뽕나무들이 많이 있습니다. 뽕나무에는 상황버섯이라는 좋은 버섯이 재배됩니다. 우리 일행들이 안내받은 가게는 상황버섯을 대대적으로 판매하는 업소였습니다.

가게에서 제공하는 오래된 상황버섯으로 우려낸 시원한 차를 마시기도 하면서 그 효능에 대해서 설명도 들었습니다.

몇 친구들과 저의 아내는 100년 이상 되어서 약효가 탁월하다고 하는 상황버섯을 소량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전주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인천에 있는 가족들과 떨어져서 혼자 생활하던 때였습니다.

아내는 혼자 사는 저를 생각해서 잊지 말고 잘 다려서 먹으라고 하면서 고가의 상황버섯을 구입해주었던 것이지요.

고마운 마음에, 많이 마시면 건강에 좋을 것 같은 생각에 적정량보다 좀 더 많이 넣고 밤새도록 상황버섯을 푹 다렸습니다. 푹 달인 상황버섯 물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기분 좋게 마셨습니다. 일부는 냉장고에 보관하였다가 식사하고 나서도 마시고, 갈증이 나도 마시고, 좌우지간 틈만 나면 마셨습니다. 몸에 좋은 것이라고 하니깐,

 그렇게 근 2개월간을 그물만 마셨습니다. 건강에 좋다고 하니 다른 물은 마실 필요가 없었고 그럭저럭 마실만 했습니다. 어려운 부탁을 해야 하는 주위 분들에게도 선물 겸해서 생색을 내기도 하였습니다. 상황버섯에 대한 효능을 알고 있는지 다들 좋아하였습니다.

 

 그렇게 주야로 갈증이 나기만 하면 상황버섯 달인 물만 마신 것이 잘 못 이었는지, 제품이 부실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몸이 서서히 망가지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너무 진하게 다려서 하루 종일 상황버섯 물만 마신 결과였던 것 같습니다. 보리차처럼 연하게 해서 가끔씩 마셔야하는데 몸에 좋은 것이라고 하니깐 너무 과하게 마신 결과였습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그랬던가요?

 

 어느 금요일, 점심 때 직원들하고 식사를 하면서 막걸리를 한 대접씩 마셨습니다. 평상시 같으면 간에 기별도 가지 않을 정도의 주량입니다. 그런데 저녁때쯤 해서 온 몸에 힘이 빠지고 뼈마디마다 흐물흐물거리고 마치 몸살감기에 걸린 것 같았습니다. 감기는 아닌 것 같은데, 다른 데가 이상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왔습니다. 마침 저녁이 다 되었는지라 병원에 갈 시간도 없고 해서 월요일 오전에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습니다.

 

 자주 가는 병원의 담당의사에게 상황에 대한 설명을 했습니다. 그러자 제 두 눈을 까보고는 검사도 하지 않고. 빨리

전북대학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라고 하면서 소견서만 써주었습니다. 그때까지도 저는 별다른 사항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대학병원에 가서 접수를 하고 진찰을 받았습니다. 대충 설명을 들은 담당의사는 정상적인 절차로 검사를 받으려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므로 응급실로 가서 빨리 검사를 받아보라고 하였습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응급실로 가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경위를 설명하였습니다. 그러자 즉시 간이침대에 저를 눕히고는

피검사, 초음파 검사 등 각종 검사를 하더니 오늘부터 입원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황당했습니다.

검사결과는 황달수치가 1 이하가 정상인데 7 이 넘어갔고, 간 상태를 알아보는 GOT/GPT 수치는 40이하가 정상인데

600 이상이 넘어갔습니다. 간염이 의심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무엇을 먹었는지 물어보더군요. 상황버섯 달인 물을 장기간 마셨다고 했더니, 그 영향 같다고 하면서 즉시 입원해야만 한다고 했습니다.

 

 간단하게 진찰만 받으러 왔는데...... 입원이라니...... 난감하기만 했습니다. 주유소 일과 주변 일들을 그냥 그대로 방치한 채 아무 준비도 없이 왔는데...... 뭔가 조치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별수 없이 가족들과 주위 분들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주유소 일은 다른 분에게 임시방편으로 협조를 구하고 30여 일간 입원했습니다. 동생들이 찾아오고 입원 중인 어머님을 제외하고 아버님도 웬일 인가 하고 오셨습니다. 주위 분들이 병문안을 왔는데 상황버섯 다린 물을 많이 마셔서 그랬다고 하니 그럴 수도 있는 건가하는 표정이었습니다. 별도의 간병이 필요 없는 상황을 인지하고 아내는 좀 있다가 인천으로 돌아갔습니다.

 사지가 멀쩡한 남자가 근 한 달간을 병원에 갇혀 지낸다는 것은 한마디로 고역이었습니다. 이 병은 몸을 피곤하게 해서 간에 무리가 가면 안 된다고 하면서, 산책도 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누워서 안정만 취하라고만 하는데...... 남 들이 보면 나이롱환자 같아 보였을 것입니다. 그때 한 참 독일에서 하는 월드컵 경기가 중계되고 있는데, 흥분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 TVTV 시청도 자제하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이러한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면 책을 보면서 소일하면 되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책하고는 친하게 지내지 않았던 시절인지라 가만히 있는다는 것은 좀이 쑤시는 지경이었습니다.

일주일이 지나자 지루했습니다. 주유소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인턴이나 레지던트라는 의사는 최악의 상태에 가면 간 이식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하였습니다.

원래 의료진들이야 항상 최악의 사태를 걱정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순간적으로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간수치가 계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본 의사는 자식들 혈액형이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기도 하였습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환자를 안심시키는 것이 아니라 겁을 주기만 하는 것 같았습니다.

 계속 해독주사와 링거를 맞으면서 치료를 했지만 한참 올라간 간 수치는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무려 1200까지

상승하기도 하였습니다. 소변 색깔은 노랗다 못해 불그스레한 색깔이었습니다. 한 달이 다 되어 갈 즈음 정상은 아니지만 상승만 하던 간수치가 하강조짐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멀쩡하게 입원해 있기도 갑갑하기도 하고 주유소 일이 걱정이 되어 조금 무리하게 퇴원을 자청해서 병원을 나왔습니다. 아직까지 온몸의 노란 황달기가 제거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주유소에 돌아오기는 했지만 몸이 정상상태가 아님을 안 직원이 요양을 더해야 할 것 같다고 하면서 좀 더 쉬라고 성화였습니다. 감사하게도 그동안 주유소는 직원들 덕분에 별다른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제가 없어도 그동안 주유소가 그럭저럭 운영되는 모습에 안심을 하고 가족들이 있는 인천으로 요양을 하기 위해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인천에서 직장에 다닐 때부터 주치의인 고교동창 병원에 갔습니다. 그간의 제 설명을 들은 친구는 검사해볼 생각은 하지도 않았습니다. 단지, 아무 생각 말고 큰 병원에 가서 입원을 더하라는 친구의 말에 인천 길병원에 일주일간 더 입원을 했습니다.

 

 입원한 제 옆에는 십전대보탕을 먹고 저와 같은 증상으로 입원하고 있는 30대 남자를 보았습니다. 의사는 한약을 잘 못 먹으면 독성간염에 걸릴 수 있다고 하면서 한약에 대한 우려의 말을 했습니다. 매일 해독링거를 맞았습니다.

일주일 정도 지나 간수치가 정상범위 안으로 돌아오자 서둘러 퇴원을 하고 전주에 와서 현업에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후유증으로 인해 간에 대해서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가끔 피검사를 하여 간 상태를 확인하며 간에 좋다는 식품을 복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것이 제 생애 처음으로 병원에 입원한 사건입니다. 저는 이렇게 몸이 불편하여 병원에 입원하는 일은 죽을 때까지 없을 줄 알았습니다. 한 치 앞의 일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건강은 자신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교만하지 말고 겸손한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삶은 경험해야 할 신비스러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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