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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해도 되는 첫 경험

교통사고를 내다

교통사고 (미시령)

 인천에서 직장에 다닐 때입니다. 1997년 봄에 오래간만에 강원도 쪽으로 여행을 가고 싶었습니다.

토요일 오후에 일과를 마치고 아내와 같이 차를 몰고 강원도로 1박 2일의 여행을 갔습니다. 출발할 때 날씨는 화창한 봄 날씨였습니다. 오래간만에 고속도로로 드라이브하면서 가는 맛이 새로웠습니다. 봄날 주말 오후의 영동고속도로는 막힘이 없이 쌩쌩 달릴 수 있었습니다.

 

 어느덧 대관령 가까이 왔습니다. 차가 조금씩 밀리기 시작합니다. 우리처럼 나들이하는 차량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런데 화창했던 날씨가 갑자기 구름이 끼기 시작하더니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꽃피는 춘삼월이니까 조금 오다가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대관령 정상에 오니 함박눈으로 변하여 시야

확보가 어려울 정도로 줄기차게 쏟아졌습니다. 순식간에 고속도로가 눈으로 뒤덮이고 말았습니다. 눈도 오고 그러니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잠시 쉬었다 출발 한 고속도로는 완전히 미끄러운 눈길이 되어 차량들이 엉금엉금 기어가는 형편이 되었습니다.

내리막 길에서는 추돌사고도 일어났습니다. 늦은 시간에 어렵게 강릉에 도착하였습니다. 계절에 맞지 않게 쏟아진 폭설로 인하여 도시 전체가 눈 속에 파묻혀버릴 정도로 쌓였습니다. 덕분에 설악산 설경 구경은 실컷 했지만 아쉽게도 산에 오르지 못하고 입구에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대신 초봄의 설악의 기암절벽에 달라붙은 설경을 구경하는 것은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이었습니다.

 

 저녁 TV 뉴스에서는 강원도 지방에 폭설이 내려 교통이 두절되었다는 내용이 보도되었습니다.

다음 날 서둘러서 돌아가기로 하였습니다. 오래간만에 여행을 왔지만 별다른 구경도 못하고 그냥 잠만 자고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고속도로를 진입하려고 했지만 교통통제를 하여 상황이 여의 치를 않았습니다.

돌아갈 방법을 걱정하고 있는데 다행히 미시령 방면은 소통이 간신히 허용되었습니다. 서둘러 갔더니 체인을 장착하지 않은 차량은 진입을 시키지 않았습니다. 난감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통제하는 바로 옆에는 체인을 장착해주는 업자들이 성업 중이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가격은 상관할

여유도 없이 서둘러 장착했습니다. 조심조심 서행하면서 미시령에 진입했습니다. 서행하면서 바위마다 달라붙은 설경을 구경하고 중간에 사진도 찍어 가며 미시령 길을 즐거운 마음으로 넘었습니다.

 

 고갯길을 넘고 나니 도로에 눈이 녹은 것 같았습니다. 많은 차량들이 거추장스러운 체인을 제거하고 속력을 내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도 체인을 제거하고 속력을 내고 달렸습니다. 그런데 그늘진 음지 부분은 아직 빙판이었습니다.

앞에 커브길이 나오면서 빙판길이 보였습니다.

설악산 설경

 감속하기 위해 자동적으로 브레이크 페달을 밞았습니다.

그런데 커브 길에서 핸들이 제 뜻대로 움직이지를 않았습니다. 그대로 빙판길을 미끄러지기 시작했습니다.

미끄러지는 차를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어 어!’라는 소리만 나왔습니다.

‘아, 별 수 없이 병원에 입원이구나!하는 생각만 들었습니다그 와중에도 옆에 탄 아내가 걱정이 되어 앞쪽으로 쏠리지 않게 한 손으로 막았습니다. 그럼과 동시에 그대로 길 옆에 정차하고 있던 견인차 꽁무니를 들이받고 말았습니다.

견인차는 멀쩡했지만 우리 차는 보닛 앞부분에 손상이 많았습니다

 

 눈길 주행 시에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말아야 하는 기본수칙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차가 미끄러지니 본능적으로 브레이크 페달만 힘차게 밟을 뿐이었습니다. 차량은 손상되었지만 그나마 사람은 다치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만약에 거기에 견인차가 없었다면 대형사고가 일어날 뻔했습니다. 또 견인차가 아니고 다른 차량을 추돌했다면 손해가 더 크게 날 뻔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었습니다.

견인차 기사는 점심식사를 하고 난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자 했는데 제가 꽁무니를 추들하고 만 것이지요. 견인차 기사는 이게 웬 떡이냐?‘하고 했을 것입니다. 우리 차는 그대로 견인차에 끌려 자동차 공업사로 견인되고 말았습니다.

 

 강원도 인제 땅에 차 수리를 맡기고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을 거쳐 인천 집에 도착하니 밤 12시가 다 되었습니다.

정말로 악몽 같았던 하루가 저물어 가고 있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하마터면 대형사고가 날 뻔한 하루였습니다. 일주일 후에 인제까지 차를 인수하러 가야 하는데 하루 종일이 걸렸습니다.

그때까지는 눈길 운전에 대해서 별다르게 어려운 점이 없었는데, 사고를 당하고 난 후부터는 눈길 운전을 하려면 살짝 겁이 나기도 합니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도 눈 오는 날 운전하는 친구들에게 하는 말은 절대로 급 브레이크는 밟지 마라'입니다.  

 

나는 지금 새로운 경험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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