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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운영할 때의 경험

친구들에게 SOS를 치다

친구들에게 SOS를 치다

 난 사업을 많이 해본 것도 아니고 그 일에 미칠 정도로 전념을 쏟았던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몇 년간 해보니깐 사업을 할 때 제일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자금 확보인 것만은 확실하다. 원활히 자금만 돌아가면 사업할 맛이 난다. 그러나 자금흐름이 원활하지 않으면 속이 바짝바짝 탄다. 자다가도 꿈속에 나타나기도 한다. 새벽에 눈 뜨면 자금 때문에 고민이 시작된다. 그럴 땐 다 때려치우고 싶어만 진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한다.

 

 어떤 사업이고 간에 외상거래가 없을 수는 없지만 주유소는 내가 보기엔 다른 점이 있는 것 같다. 우선 정유사에서 기름을 살 때는 현금거래를 해야 한다. 카드결제도 안 된다. 그러니 항상 운영자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눈 뜨고 앉아서 기름 넣으러 온 차들을 그냥 돌려보내야 한다.. 그럴 땐 무척 속이 쓰리다. 당해 본 사람만 안다. 차라리 그런 꼴을 보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주유소 운영을 하다 보면 외상거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사람들은 현금이나 카드로 기름 넣고 결제하는데 무슨 외상이 있냐고 반문한다. 현금장사를 하니 주유소 운영은 할 만할 것 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고정거래처를 확보하려면 외상거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량으로 소비하는 건설현장의 장비에 기름을 공급하려면 외상거래를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 대형 매출을 포기하려면 외상거래를 포기해야 한다.

 

 기름을 살 때는 현금 주고 들여와야 하고, 팔 때는 외상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여유자금이 없으면 낭패를 당하기 쉽다. 외상이 소액이면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지만, 한 달 외상판매액이 몇 천만 원을 넘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나마 준다고 한 날짜에 결재를 해주면 다행인데 사람들이 다 내 마음 같지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하여 질질 끌기 일쑤다. 그 업체가 부도가 난다거나 하면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어떤 사기꾼 같은 업체는 공사가 끝난 후 결재도 하지 않고 도망 가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정말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이럴 때는 별수 없이 다른 방도를 강구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 처한다. 금융기관을 방문하여 자금융통을 해야만 한다.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아 매출이 오르지 않고 업체들 간의 가격경쟁이 심화되어 마진을 확보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 금융비용까지 부담해야하는 상황에 처하면 영세한 업체에서는 자금 압박을 당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단 백 만원이 부족하여 쩔쩔매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어쩔 수 없이 비상수단을 써야만 한다. 그래야 기름을 받아서 팔 수가 있다. 들어오는 차들을 그냥 돌려보내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이익은 나지 않아도 현상유지가 가능한 것이다.

 

 다급하게 형제들에게나 친구들에게 SOS를 치는 경우가 있었다. 평소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성격이지만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 거절할 때의 허탈함과 자존심에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해 직접 전화를 하지 못하고

문자로 도움을 요청했다. 어떤 작가는 거절을 거절하라고 하지만 직접 아쉬운 소리를 말로 한다는 것은 내 성격상 선뜻 내키지가 않았다. 그때는 지금처럼 뻔뻔하지가 못했었다.

 

 동생들은 그런 형을 이해했는지 문자를 받고 한 두 번 도움을 준 적이 있었다. 그래도 피는 물보다 진한가보다 생각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었다. 형제들에게 잘 해주어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일어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런 일이 많아지다 보니 이제는 더 이상 손을 벌릴 수 없었다. 5형제의 장남으로서의 자존심이 허락을 하지 않았다.

 

 그전에 친한 친구에게 몇 번 전화를 해봤었는데 전부 거절을 당했다. 처음으로 아쉬운 소리를 했었는데 처음으로 거절을 당했고, 그때 엄청 자존심이 상했었다. 그래서 다시는 그런 소리 하고 싶지 않았다. 원래 친구들하고 금전거래를 하지 말라고 충고들을 한다. 돈 때문에 우정이 깨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급한 상황인지라 몇몇 진구들에게 문자로 급전 융통을 부탁했다. 그렇지만 기대는 별로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한 친구가 딱 필요한 만큼을 송금해주었다. 숨통이 트는 것 같았다. 오랜 가믐 끝에 단비를 맞는 기분이었다. 바로 기름 신청을 하고 정상적으로 주유소 운영을 할 수 있었다. 외상대금이 약속 날짜에 수금이 되지 않으면 순간적으로 자금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그 때 도와준 친구가 어찌 아니 고맙겠는가! 며칠 후 자금 여유가 생겨 고마운 마음과 함께 갚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 이후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아쉬운 소리를 한 적이 없다. 성격상 내키지도 않았지만 친구와의 우정을 유지하고픈 마음이 앞섰다. 지금 생각해보니 더 이상 친구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은 것이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는다는 생각이 든다. 옛말이 맞는 것 같다. 친구간에는 돈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어쩔 수 없이 빌려 주었다면 되돌려 받지 않아도 좋은 정도로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인천에 있는 아내에게도 손을 빌려 얼마간 융통을 하기도 했었다. 그것도 한두 번이지 이제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 대신 은행에 있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대출을 받았었다. 그런데 나중에는 그 금융비용이 올가미가 되고 말았었다. 매월 돌아오는 이자 부담이 목을 죄여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10년을 넘기지 못하고 대출금도 상환하지 못하고 정리하고 말았다.

 지금 같은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경제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는 하루하루 사업체를 유지한다는 것이 정말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에 충분히 공감해본다. 특히 조그만 중소 자영업자는 죽을 맛 일 것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힘을 내야지!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하지 않던가!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신비스러움이다.

나는 지금 새로운 경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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