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서 생긴 일들(마지막)
제가 10년간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일어난 일들을 며칠 전에 소개했습니다.
치명적인 사고 위주로 소개했으나, 오늘은 그 외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생긴 일들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먼저 외상으로 주유하는 행위입니다. 주유 후 불량 또는 한도 초과된 카드를 제시하는 행위입니다.
어쩔 수 없이 외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지만 그 후론 함흥차사인 경우입니다. 이는 거의 의도적입니다.
정상적인 사람은 그 자리에서 폰뱅킹으로 이체시켜 주십니다. 극단적인 상황은 주유 후에 결재도 안 하고 그냥 내빼는 경우입니다. 아주 악질 고객입니다만 어쩌다 한 번이지만요.
고정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 기관이나 회사와 계약을 통해 외상 주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약속된 날짜에 결재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업체가 부도 처리되어 어쩔 수 없이 결재가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조그만 주유소인 경우에는 치명적입니다. 기름을 구입할 때는 현금이 아니고는 안 되기 때문에 자금조달에 애로사항이 많이 생깁니다.
또한 젊은 친구들이 나이 든 주유원들에게 반말로 얘기하는 경우도 있고, 대시보드에 발 올려놓은 상태로 주유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회를 살아가는 기본 예의가 부족한 경우입니다.
뭐라 해주고 싶지만 그냥 참을 수밖에요.
그렇지만 무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음료도 주시는 고객도 있고, 여유 있는 먹거리도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우리 사회는 훈훈하다고 생각됩니다. 트럭으로 수박을 파는 상인은 맛있는 수박을 거저 주기도 하지요.
주유원이 근무하면서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는 혼유, 주유 캡을 안 채우는 것, 외에 카드 결제 시의 실수입니다. 3만 원을 주유했는데 0을 하나 더 입력시켜 30만으로 결재하는 경우나 0을 하나 덜 입력시켜 3천 원으로 결재하는 경우입니다.
오류를 알아차리고 다시 주유소로 와서 수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일일 결산시에 발견이 되어 카드사와 연락을 통해 해당 운전자와 통화를 해서 수정하기도 합니다.
번거롭고 미안한 케이스입니다.
기타, 부정 면세유를 거래하자는 유혹, 기름값이 올라가자 대형 트럭 운전자들은 경유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등유를 섞어서 넣어달라는 온당치 못한 유혹들이 계속하여 오고 있지요.
어느 영역이든 부당 이득을 얻고자 하는 부류들이 항상 존재함을 인식하게 만들지요. 그러한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야 하는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할 지에 대한 해답은 각자에게 있겠지요.
선과 악이,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이 공존하는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깨달아야 됩니다.
세상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 같이 살아가야 하는 공존의 장입니다.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신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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