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범벅 사고
10년 간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처음에는 부모님 집에서 숙식을 해결했었다.
새벽에 문을 여는 것은 무조건 나의 일이었다. 새벽 6시에 영업을 시작하는 데 그 시간에 출근하는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니 새벽에 일어나 집을 나서야 하는데 어머니께서 꼭 아침밥을 챙겨주시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고마운 마음이었는데 지나다 보니 내가 몹쓸 짓을 하는 것 같았다. 나 때문에 새벽잠을 설치시는 것 같아 불효를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주유소에서 숙식을 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주유소를 조금 하다 보니 단골이 생겼다. 새벽 일찍 일 나가는 차량이 가끔 오셨다. 어떤 때는 농장에서 사용한다고 하면서 커다란 통에 경유를 담아가기도 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새벽 겨울이었다. 서리가 살짝 내려서 바닥이 조심스러웠다.
단골 차량이 트럭에 통을 싣고 와서 기름을 넣어달라고 했다. 통으로 들어갈 기름의 양을 흐뭇하게 생각하면서 주유건을 들고 차량으로 올라갔다. 아뿔싸! 주유건을 들고 올라가다가 살짝 미끄러지고 말았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주유건에서 기름이 품어 나오면서 옆에 있던 손님의 얼굴과 옷에 범벅이 되고 말았다.
미끄러지면서 나도 모르게 주유건의 스위치를 잡아당긴 것이었다. 당황스러웠다.
그 사람은 이른 새벽에 날벼락을 맞은 꼴이 되었다. 미안하고 죄송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그 사람은 넓은 이해로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세면장에서 처리를 하고 세탁비용을 드렸다.
단골이라고 그 사람은 화도 내지 않으시고 마무리를 잘해주셨다. 미안하고 고마웠다.
지금 생각해도 황당하고 당황스러웠던 사건이다.
그 사람은 그 후에도 자주 오셨다. 예전보다 더 자주 오시는 것이었다. 전화위복이 되었던 것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생각지도 않은 일이 일어난다. 어떤 일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일어난 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전화위복이 되기도 하고, 그냥 파멸의 길로 빠지기도 한다. 일어난 모든 일은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처리하느냐에 따라 그 후의 일이 달라진다.
지금 세계는 코로나 19로 인하여 초유의 사태를 당하고 있다. 각국이 비상사태다.
이 난국을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나가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일이 달라진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체계적으로 대처하는 방식이 모범이 되고 있다고 찬사를 받고 있다.
처음에는 중국 다음으로 확진자들이 많았지만 그 후의 대처하는 방식으로 인해 전화위복이 되었고 세계 언론의 찬사를 받고 우리의 방식이 수출되기도 하고 하였다. 우리의 위상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국가적인 비상사태에 사사건건 비판만 하는 일부 언론과 세력들의 처신 방식이다.
모범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세계적으로 찬사를 보내고 있는데, 왜 자국의 언론은 비방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합심해서 노력해도 어려운 험난한 시국에 말이다. 한심한 작태들이다.
우리는 IMF사태도 누구보다 빠르게 이겨낸 국민들이다. 세계적으로 한류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그런 국민들임에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남의 불행을 나의 일처럼 도와주는 국민들이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대혁명과 비교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프랑스 대혁명은 유혈이 낭자했음을 알아야 한다. 그에 비해 우리는 무혈의 촛불로 정권을 바꾼 힘 있는 국민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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