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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은 것들

나는 왜 블로그를 하는가?

나는 왜 블로그를 하는가?

 내가 블로그를 처음 시작한 때는 금년 3월 초부터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면서 집에만 있어야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 전에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지만 코로나 19는 자주 가던 도서관마저 휴관이 되자 훨씬 더 집에만 있게 만들었다. 집에 있으나 도서관에 있으나 책을 읽는다는 것은 같은 일이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분위기가 좀 다르고 느낌도 달랐다. 답답함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어야 했다.

 

 몇 달 전에 블로그를 하면서 새로운 삶을 만들게 되었다는 작가의 책을 읽었었다. 김민식 작가의 매일 아침 써봤니?라는 책이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그래 나도 블로그를 하면서 글을 쓰는 습관을 들여 보자라고 결심을 했었다. 그랬던 것이 그때까지 습관을 들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기회에 작정을 하고 글 쓰는 습관을 만들기로 작심을 했다.

 

 우선, 그 작가가 블로그를 만들었던 티스토리에 접속하여 안내에 따라 내 블로그를 개설했다. 이름은 고민하다가 나는 지금 새로운 경험 중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그냥 ‘새로운 경험 중’으로 바꿨다. 주소는 '영자클럽(young ja club)'으로 정했다. 내가 자칭 '영자클럽 회장'이라고 내 소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자클럽,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들의 모임'의 약자다. 인생 후반전에는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그렇게 작명했다. 삶은 이름따라 가기도 한다.

 그러면서 매일 한 꼭지씩 글을 올리기로 나와 약속을 했다. 내용은 그동안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했던 것 중에서 소재를 골랐다. 이는 두 번째 책을 쓰기로 마음먹으면서 틈틈이 적어놓았던 내용이다. 그리고는 년 초만 되면, 올해는 꼭 마무리하겠다고 계획 해놓고 그동안 미적거리고만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예전과 다른 강력한 구속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블로그를 통해서 스스로에게 족쇄를 채워 실행하기로 했다. 나만이 아니고 이제는 많은 사람들과 약속이니깐.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알아 보기 위해서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 구경도 했다. 전부다 부러울 뿐이었다. 현재와 같은 위치에 오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그렇게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매일 꾸준히 유용한 정보를 포스팅하면서 하나하나 쌓아온 결과일 것이었다. 과정을 보지 않고 결과만 보면 주눅이 들어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고속도로도 처음에는 길이 아니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내가 가고 네가 가고 우리가 가기 시작하면서 길이 되고 신작로가 되었다. 처음하는 일은 다 미약하고 서투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과정을 넘어선 사람만이 성공자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열정보다는 그릿이 중요하다.

 

 남들은 블로그를 통하여 광고 수입을 올리기 위함이라고도 하지만, 난 그런 마음은 아니었다. 단지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내 글을 보고 공감하는 사람이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더하여, 내 글을 읽고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금상첨화일 것이었다. 그 다음에 전개되는 일은 부수적으로 있으면 좋고 없어도 좋다는 심정이었다. 그리고 내가 죽고 난 다음에 내 자식들에게 내 삶에 대한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지금 뒤돌아보니 어느 정도 나와의 약속은 거의 지킨 것 같아 뿌듯하다. 칭찬하는 댓글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았고,

동기부여를 받았다는 말에는 힘이 되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라고 하지 않던가. 그냥 인사치례로 하는 말일지라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이제는 습관처럼 굳어져 간다. 하루라도 거르면 화장실 가서 뒤처리하지 않고 나온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럴 때는 밤늦게라도 포스팅하고 마무리했다. 습관의 힘은 이렇게 무서운가보다. 쓰고 싶은 마음이 막 일어나면 두, 세 개 미리 써놓고 보관해놓았다가 시간에 맞추어 포스팅하곤 했다.

 

 매일 나만의 글을 쓰면서 스스로가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내가 쓴 글하고 다른 말과 행동을 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나면은 나 스스로에게 하는 약속이고 다짐이 되었다. 행여 아직 습관이 되지 않아서 망각했다가도 바로 알아차리고 제자리로 되돌아 올 수도 있었다. 고마운 일이었다. 글쓰기는 나를 정화시키는 장치였다. 그리고 내 삶이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새벽에 산책하면서도 글을 쓸 소재가 생각나기도 했었다. 그것을 소재로 평소에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가미하여 한 꼭지의 글을 완성하고 났을 때의 환희도 있었다. 자세히 관찰하기만 하면 온 사방이 글 소재로 넘쳐나고 있다.

어떤 때는 내가 너무 '그 약속'에 얽매여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꼭 해야만 한다는 중압감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거는 아닌지에 대한 통찰이다. 그래서 요즈음은 조금 유연하게 하자고 작정하곤 한다. 일요일에는 하나님도 쉬었다고 하는데 나도 하루 정도 쉬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게으름 피우고 싶은 것에 대한 합리화다.

 

 어느 정도 글이 쌓이면 애초에 마음먹었던 대로 책으로 출간하였으면 좋겠다. 내가 마무리하지 못하고 죽더라도 내 자식들이 아버지의 유착으로 생각하고 그리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좌우지간,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 주고 에너지를 불어 넣어 준 그 어떤 사람에게 무척 고마울 뿐이고, 이런 삶을 살아갈 수 있음에 행복할 뿐이다.

 사람들은 들으면 말을 하고 싶고, 읽으면 글을 쓰고 싶다라는 것이다. 그동안 책을 읽으면서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쓰고 「내 인생의 첨가제」라는 책을 출간했었다.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다 책읽기 때문이다. 전반전에는 삶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남들 하는 것처럼 그냥 열심히만 살다보니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인생 후반전도 은퇴는 했지만 책이 있어서 지루하지가 않다. 아직도 배울 수 있고 배울 게 많아서 참 좋다. ‘카르페 디엠이다.

 

정말로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신비스러움이다.

나는 지금 새로운 경험 중이다. 이 또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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