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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은 것들

어린이 날 -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어린이 날 -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을왕리 해수욕장 낙조

 어제는 어린이 날이었습니다. 예년 같으면 여러 단체들에서 어린이를 위한 행사가 요란할 정도로 열리는 게 정상이겠지만, 코로나 비상사태에서는 그렇게 단체로 모여 즐기는 행사를 허락하지 않았다. 올해로 어린이를 졸업하는 어린이들은 조금은 서운했을지도 모른다. 어린이날 대목을 봐야 하는 상인들로서도 섭섭하기는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래도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기는 척하며,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든 코로나를 의식하기도 하지만, 가족 단위로 야외로 나왔다. 저도 손주를 데리고 오래간만에 을왕리 해수욕장에 가서 낙조를 보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아침부터 날씨가 흐렸다. 오전 내내 해를 보기가 힘들더니 오후가 되어서 햇빛이 나왔다. 코로나로 인해 움츠려 있게 하는 것이 조금은 미안했는지 하늘은 서둘러 구름을 거두어 갔다. 다행이다. 날씨도 어제처럼 덥지도 않고 외출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해 지는 시간보다 훨씬 먼저 도착한 해변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가족 단위로 나와 있었다. 넓은 모래사장에 돗자리를 깔고 드문드문 바다를 보며 앉아 있었다. 마침 썰물이 되어 널찍하게 펼쳐진 모래사장은 아이들과 부모들의 놀이터였다. 오랜만에 바다에 나온 사람들은 조금은 차가운 바닷물에 맨발로 거닐고 있고 모래와 즐기고 있었다. 코로나를 의식해서 인지 간혹 마스크를 쓴 사람도 있다. 이 순간만큼은 코로나는 우리의 걸림돌이 아니었다.

 

 나도 손주를 따라 신발을 벗고 모래로 물막이 성을 쌓으면서 한 팀이 되었다. 그냥 걱정 없이 즐기는 모습이 참 좋다. 

사람들이 새우깡을 던지니 갈매기들이 날아야 대기하고 있다. 주변에 있는 갈매기들이 총 출동한 것 같았다. 하늘로 새우깡을 던지니 날아다니면서 받아먹는다. 힘들게 멀리까지 날아가서 먹잇감을 찾을 필요가 없이 사람들이 주는 것을 잽싸게 낚아채기만 하면 된다. 주위에 있는 동료들보다 빨리 날기만 하면 배고픔을 면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광경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제가 독서토론 모임을 진행하면서 두 번째로 선정하는 책이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이라는 책이다. 그 책은 작가가 해변을 거닐다가 공중에서 들리는 소리에 이끌려 집에 와서 곧바로 쓰기 시작한 작품이다. 1975년도에 출간되어 5년만에 700만 부가 팔렸으며 지금도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는 책이다.

아직도 수많은 독자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은 의존보다는 자유를 선택하는 삶을 일깨워주는 내용이며  또한 나날이 새로와 지려는 노력을 통해 인간은 누구나 위대한 가능성을 내면에 간직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책이다. 도전하는 삶에 대한 안내서다.

새우깡을 좋아하는 갈매기

 창공을 멀리 날아다니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갈매기들이 고작 해변가에 안주하면서 사람들이 던져주는 손쉬운 먹이에 만족하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주는 내용으로 청소년들에게 도전을 하는 삶을 추구하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기존에 체제에 안주하면서 그냥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강한 반체제 의식을 불러주는 책이기도 하다. 그래서 출간된 지 얼마 동안 기득권층으로부터 외면당하기도 했던 금서이기도 하다.

 

 이 책을 가지고 토론을 진행하면서 한 학부모가 이런 말을 하기도 했었다. 당연히 그런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에는 공감을 하기는 하는데, 자신의 아들이 잘 다듬어진 기존의 틀을 벗어나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싶다고 하면서 먼 길을 떠난다고 했을 때 그것을 허락할 자신이 없다고 하셨다. 부모의 입장을 새삼 이해할만했다. 그러나 세상은 도전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져 간다. 도전하고 실패하면서 새로운 것을 찾아낸다. 내 자식 귀하다고 편안한 곳에서만 양육해서는 아이의 삶을 헤치는 행위가 됨을 부모들은 성찰해야 한다. 천년만년 자식들하고 같이 살아갈 수 없는데 어찌 자식들의 삶에 대해 관여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만 한다.

 

 언제까지 사람들이 던져주는 손쉬운 먹이에만 만족하면서 삶을 안주하는 갈매기로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개척해가는 청소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삶을 경험해야 할 신비임을 몸으로 느끼면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했으면 좋겠다. 자기만의 틀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소리질러 보면 좋겠다.

 

 어제 을왕리 해수욕장의 갈매기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었습니다. 

시간이 되어 아름다운 낙조를 보면서 오늘 하루를 반성해봅니다. 자연은 자신이 물러날 때 찬란한 빛을 주변에 주고 있습니다. 떠나가는 모습이 저 낙조처럼 아름다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로 하여금 내 주변이 좀 더 아름다운 세상으로 변하기를 소망해봅니다. 참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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