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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은 것들

후반전 버킷 리스트

후반전 버킷 리스트

 버킷 리스트라는 말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정리하여 놓은 것들을 말하는 것이지요.

저는 환갑이 되었을 때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내 인생의 전반전이 끝났다. 이제부터는 인생 후반전이다. 후반전에는 전반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살아보자"라고 말이지요.

미처 알지 못해서, 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남들의 이목을 의식하느라고 못한 것들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내가 이런 짓을 하면 쪽 팔릴 것 같은 생각에, 한 번도 안 해봤다는 두려움 때문에 하지 못 해본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있었습니다.

'남들은 잘들 하는데, 왜 나는 못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인생 전반전을 마치고 후반전을 시작하면서 만들어 본 저의 버킷리스트입니다.

안 해보면 죽을 때 후회할 것 같아서 말이지요.

 

 마침 환갑을 맞이하는 달에 그동안 하던 주유소를 정리하였습니다. 시기적으로 여건이 조성이 되었지요.

얽매인 일이 없다 보니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후반전에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여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예전과 달리 아침에 눈을 뜨면 설렘 속에서 하루를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주유소 운영하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하다 보니 아침에 눈을 뜨면 생각나는 것이 돈 문제였거든요.

이제는 그러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니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이 달라졌습니다.

인생 후반전에 무엇을 할까를 생각하면 설렘 속에서 하루를 지낼 수 있거든요.

 

 제가 박웅현 작가의 여덟 단어라는 책을 읽으면서 저에게 다가 온 말이 있습니다.

당당하고 뻔뻔하게 하자였습니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라면, 미풍양속을 해치지 않는 것이라면, '당당하고 뻔뻔하게 해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만의 선입견, 편견, 고정관념으로 머뭇거리는 모습,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주저했던 일들이 많았습니다.

후반전 때는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우선 나 혼자 하고 싶은 일부터 정리해봤습니다.

남들은 혼자서도 잘하는 것을, 저는 혼자 그 일을 한다는 것은 어쩐지 창피하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왜, 청승맞게 혼자서 하고 있을까'하고 남들이 생각할 것 같은 나만의 생각이 저를 주춤거리게 했거든요.

그래서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면 당당하고 뻔뻔하게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의 생각대로 머뭇거릴 때마다 결심을 다지기 위해서 휴대폰 카바 속에 부착하고 다녔습니다.

제 책상 앞에도 붙여 놓고 지속적으로 세뇌시켰습니다.

 

 혼자 해보고 싶은 '나만의 버킷리스트'입니다.

우선, 제주 올레길 걷기, 동해안 여행(2박 3일) 하기, 휴양림에서 1박하기 등입니다..

그리고 혼자 영화보기, 혼자 술집에서 술 마시기, 비 내리는 새벽에 우산 쓰고 산책하기, 자전거 타고 제주도 일주하기, 자전거 타고 전주시내 돌아보기, 오랫동안 찾아보지 못한 친구 찾아가기, 친척집 방문하기 등이 있습니다. 또한 수염 길러보기 입니다. 혼자 했을 때의 느낌을 경험해보고 싶은 것입니다.

 

 그중에 해 본 것 첫 번째는 혼자 영화관 가기입니다.

가보니깐 남들도 혼자 와서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토요일 조조 프로에 말이지요.

호젓한 마음으로 같이 온 사람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영화만 즐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 번 해보니까, 이제는 가끔 토요일 조조 영화를 즐기고 있습니다.

조조라 영화비도 저렴하고 사람도 한가하고 나만의 시간을 즐기는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해보니깐 그냥 할 수 있는 건데, 나만의 생각 속에서 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제주도 자전거 일주입니다. 11월 어느 날, 기분 좋게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을 했습니다.

경치 좋은 곳을 구경도 하면서 한적한 도로의 가을 햇빛과 제주도 바람을 친구 삼아 열심히 페달을 밟았습니다.

간혹 하이킹하는 동행을 만나기도 하고, 부부인지 연인인지 모르겠지만 신나게 질주하는 그 커플을 따라가기 위해 페달을 힘차게 밟아도 보았지요.

아뿔싸, 마음이 앞선 나머지 하루 만에 제주에서 중문단지까지 가는 무리한 역주로 인하여 다리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걸을 수는 있었지만 페달을 돌리기 위해 다리를 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별수 없이 하루 만에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한 시간 정도의 자전거 타면서 운동을 했건만, 무리한 욕심은 금물이었습니다.

젊었을 때 생각처럼 몸이 제 맘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과유불급'이었습니다. 세월 앞에 겸손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또 한 가지는 오래된 친구 찾아보기와 천척집 방문하기입니다. 그동안 찾아보지 못한 친척들을 방문하여 즐거운 시간을 가졌었지요. 그리고 전국 각지에 흩어저 있는 우리 오뚜기 회원들을 매달 한 집씩 방문한 것입니다12일로 술 한 잔 나누며 지나간 얘기와 앞으로 살아갈 얘기들을 오래간만에 진솔하게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모처럼 친구들과의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자리였지요

우리가 지구별에 온 이유는 서로 관계 맺으러 왔다고 합니다.

그동안 어떠한 이유로 인하여 소원했던 관계를 회복하는 것도 참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후반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입니다. 자원봉사에 참여하기,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책 보기, 마라톤대회 참석하기, 대금 배우기, 한자 배우기, 책 읽어주는 할아버지 등이 있습니다.

죽을 때까지 배움의 끈을 놓치지 말고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전에 관련 교육을 받으면서 '내가 그동안 책을 읽고 있지 않았구나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머리가 깨어지는 것 같은 통찰이 왔었지요. 그래서 책을 읽자라고 결심하고 나서도 불현듯 나타나는 망령이 있었습니다. ‘이 나이에 책은 읽어서 뭐하나?’ 하는 생각들이었습니다..

 

 몇 년 전에 본 책 중에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의 저자인 김정운 박사의 말이 생각납니다.

가장 좋은 노후대책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죽을 때까지 공부하는 것이다라는 구절이 늦게나마 책을 읽게 된 저에게 책 읽는 당위성을 갖게 해주었던 말입니다. '심봤다' 입니다.

그래서 배워서 깨달은 것들을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봉사하는 삶이 소중하다고 생각됩니다..

전반전 때 경험한 소중한 자산들을 우리 사회가 좀 더 행복해지는 것에 봉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회로부터 받았던 것들을 이제는 후배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져보기를 소원합니다.

자기 것만 고집하며 늘 그런 말만 하는 늙은이보다는 청년의 마음으로 같이 호흡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은퇴 후에 할 일이 없이 그럭저럭 소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그렇게 되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합니다. 이렇게 후반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열심히 즐기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이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그래서 영자 클럽’ 회장이라고’ 떠벌리고 다니고 있습니다.(영자클럽=영혼이 자유로운 사람들 모임)

 수염 길러보기도 시도했었습니다. 호불호가 갈라지더군요.

특히 아내가 극구 반대해서 한 달만에 깎고 말았습니다.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신비스러움입니다.

 

 나는 지금 새로운 경험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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