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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웠던 첫 경험

'불후의 명곡' 방청객으로

▶ '불후의 명곡' 방청객으로

환갑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들 녀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회갑기념으로 자기 장인 내외분 하고 같이 KBS 인기 공개방송 중 하나인 불후의 명곡이라는 프로그램의 녹화시간에 방청을 하시라는 내용이었다. 담당 작가와 친분이 있어 방청권을 구했다는 것이었다.

 

TV 프로를 잘 보지 않지만 아내는 이 프로의 아주 광팬이다.

TV 공개방송 하는 현장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한번 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다. 흔쾌히 허락을 했다. 저녁 6시부터 밤 12시정도까지 6시간 동안 계속해서 2회분 녹화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날 프로 내용이 조영남 씨가 부른 노래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 2주에 걸쳐 방송할 분량을 오늘 하루에 다한다는 것이었다그렇게 장시간 계속하여 방청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처음 참석한다는 설렘도 있었다.

 

오랫동안 뵙지 못한 사둔 내외분과 같이 참석한다는 기대감으로 당일 시간에 맞추어 서울로 올라갔다. 허나 유감스럽게도 하시는 일과 시간이 겹쳐 참석하실 수 없다는 전갈이었다. 확보한 방청권을 그냥 버릴 수는 없어서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고교 동창에게 전화를 해서 겸사겸사해서 오라고 했다. 도착한 방송국 휴게실에서 반가운 친구부부와 인사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못 본 사이에 많이 변해 있었다. 물론 나도 그러하였겠지만.

 

공개홀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입장권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그 정도로 인기 있는 프로였던 모양이다. 우리는 기다리는 수고 없이 그냥 입장할 수 있었다. 특권의식 같은 것은 아니지만 아들 덕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공개홀에는 많은 사람들이 방송이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러 방향에서 카메라들이 쉴 사이 없이 움직이고 있었고 방송 스텝들도 분주하게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오늘 프로의 인기 사회자인 신동엽씨의 모습도 보였다. 연예인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행여 누가 나를 보면 촌놈이 모처럼 방송국에 와서 신기해하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런들 어쩌랴. 오늘 신나는 경험을 하는 나는 즐겁기만 했다.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 조영남씨도 입장하고 녹화방송이 시작되었다. 현란한 조명이 비치고 음악이 연주되었다. 여러 가수들이 출연하여 조영남씨의 히트곡을 편곡하여 열심히 부르고 나면 방청객들이 버튼을 눌러 점수를 주는 형식이다. 나도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마음에 끌리는 노래에 대해 열심히 버튼을 눌러 점수가 올라가는 것을 도왔다.

 

가끔 집에서 TV로 보던 모습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현장감이 있어 좋았다. 새삼 아들 녀석이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순서를 위해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에는 방청객들이 무료하지 않도록 다른 개그맨이 사회를 맡아 분위기를 띄웠다.

막간에 사회를 보는 개그맨의 입담도 대단했다. 본 방송보다 더 재미있을 정도로 대기 시간에 몰입할 수 있도록 충분히 메꾸어 주었다. 그것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장시간 방청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재능 있는 개그맨이 아직 인기가 올라가지 않은 것을 보면 TV에 출연하고 있는 개그맨들의 실력은 얼마나 대단한 것일까.

 

카메라들이 정신없이 움직이면서 여러 장면들을 담는 모습이 보였다. 내 모습은 어떤 모습으로 카메라에 잡혔을까 하는 궁금증이 올라오기도 하였다. 일거수일투족이 신경이 쓰였다.

좋은 모습으로 찍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카메라에 많이 잡히려면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하면 되는데 점잖은 모습에 그럴 수는 없고...... 열심히 집중하며 손뼉 치며 호응을 하였다.

 

저녁 식사 시간과 겹치는 관계로 방송국 측에서 지급한 빵과 우유로 대신하고 밤늦게까지 친구와 우리는 녹화방송을 즐겼다. 도중에 귀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면 즉시 다른 방청객으로 빈자리를 메꾸어 화면에 빈자리가 보이지 않도록 보조요원들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하나의 프로를 방송하기 위해서 뒤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보조하는 모습들을 보았다. 대충 30여 명의 인원들이 관여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해서 6시간 동안의 녹화방송이 종료되었다. 장시간 앉아 있었던 관계로 피곤함은 있었지만 처음으로 방송 프로 제작하는 현장에 선택되어 있었다는 뿌듯함도 있었다. 너무 늦게 끝나는 관계로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와 소주 한잔 못하고 헤어진 것이 아쉽기만 할 따름이었다.

 

전주로 돌아와서 페이스북에 TV 방송에 출연한 인증 샷을 올렸다. 본방송이 시작하는 시간에 내 모습이 얼마나 TV에 나오는지 맞추어 보라고 광고도 했다. 정작 나는 본방송을 보지 못했지만 방송을 본 주위 분들로부터 전화가 오기도 했다. 같이 간 아내 모습도 카메라에 잡혀 확인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즐겁게 호응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나왔다고 한다.

참 즐거운 일들이다. TV에 나오는 것이 별일은 아니지만, 정말로 삶은 경험해야 할 신비임에 틀림없다.

 

나는 지금 새로운 경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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