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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웠던 첫 경험

drive-in 극장

drive-in 극장

지금은 없어졌지만, 넓은 야외에 대형 스크린을 걸어놓고 차 안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야외극장이 잠깐 유행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차안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drive-in 극장이었지요. 차안에서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면 음향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가족이나 연인들끼리 오붓하게 즐길 수 있어서 한때 유행했었습니다.

날을 잡아 기대를 하고 아내와 같이 가봤습니다. 많은 승용차들이 질서 정연하게 정렬한 가운데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었습니다.

 

스피커에서는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고 창문을 열어 놓으라고 안내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창문을 닫고 차안에서 다른 짓을 하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차원일 것입니다. 아내와 같이 오붓하게 영화를 감상하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기대하면서 안내한 대로 주파수를 맞추었습니다.

 

그런데 흐릿한 날씨가 갑자기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비를 맞지 않기 위해 창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밖에는 비는 부슬부슬 오고 밀폐된 공간에 있으니 분위기가 더 로맨틱해질 것은 불을 보듯 훤하리라는 상상이 들었습니다.

 

연인끼리 온 차량들은 정말로 환상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도 편안한 자세로 화면을 응시하면서 영화를 감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잠이 스르르 오는 것이었습니다. 밖에는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따뜻한 실내에서 편안하게 누운 자세로 있자니 잠이 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눈을 떴을 때는 거의 영화가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옆에 있는 아내도 저랑 같이 잠 속으로 빠져들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젊은 연인들은 잠을 잘 여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상대편의 손이라도 잡으면 전기가 오는 상황이라면 잠을 자는 일은 연출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야외극장은 젊은 연인들에게 최상의 데이트 코스라는 것을 말이지요.

 

야외극장은 그 후 몇 년 정도 유지되다가 흐지부지 없어지고 말았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새로운 DVD시장의 출현으로 경쟁에서 뒤처졌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그때 무슨 영화를 감상했는지는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앞으로 혹시 어딘가에 이런 것과 유사한 기회가 있을 때는 부부간에는 가급적 가지 않을 작정입니다. 기대하던 분위기가 절대로 형성이 되지 않고 잠만 잤다가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음향장치가 완비된 영화관에서 아내와 같이 편안하고 다정하게 즐기고 싶습니다. 지금은 경로 우대를 받으니 반값으로 즐길 수 있어 부담도 되지 않습니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문화생활을 즐기는 노후를 만끽하고자 합니다.

영화관과의 인연은 생각해보니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재미로 신문배달을 하면서 대금 수금을 해서 영화관에 자주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영화 보는 취미가 생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영화관에 갔던 기억은 초등학교 5학년 때에 단체로 팔도강산이라는 영화를 관람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지금은 고인이 된 김희갑 씨와 황정순 씨가 부부가 되어 팔도에 있는 자식들을 찾아다니면서 즐기던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가수 이미자씨의 노래하는 모습도 처음 보았었지요. 그 당시 아버님이 사 오신 레코드판에 이미자의 동백아가씨가 수록되어 익숙한 노래였었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 조금 실망했던 기억이 있네요. 무엇 때문에 실망했을까?

후후. 지금도 이미자씨의 애달픈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포근해지는 느낌이 들지요. 역시 가수는 이미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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