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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웠던 첫 경험

첫 번째 책 출간

첫 번째 책 출간

                 ( 책 표지)

 감히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습니다.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습니다. 좋은 일이건 좋지 않은 일이건 나한테 만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생각은 부질없는 생각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제 생전엔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그 일에 대해서는 생각도 하지 않았던 일이었습니다. 남들은 수월하게 잘도 하는 일을 보면서 특별하고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2008년 말에 책 읽기와 토론 모임에 대한 교육을 4회에 걸쳐 받았습니다. 독서 전문가로부터 교육을 받으면서 깨달았던 것은 내가 그동안 너무 책을 읽지 않고 살아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머리가 깨지는 것 같은 충격이었습니다. 그 후로 바로 독서토론 모임을 구성하고 20092월부터 2주에 한 번씩 모임을 가졌습니다. 그러면서 책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본 책 중에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그 책에서 저자는 월드비전이라는 구호단체에서 바쁘게 생활하면서도 일 년에 100권 읽기 목표를 세우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한비야보다 한가한 상태인 것 같은데 똑 같이 100권을 읽는다는 것은 얄팍한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습니다. 한 달에 10권 읽기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러면 일 년에 한비야보다는 더 읽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군데 독서모임에도 참여했고, 지역의 독서토론 모임 연합회에도 관여하면서 책 읽고 토론하는 재미를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목표를 세우고 읽다 보니 2009년도에 74권을 시작으로 작년까지 매년 100권 이상은 책을 읽었습니다. 10년 연속 100권 이상 읽었습니다. 어느 경지에 오르려면 만 권 이상을 읽는다고 하는 얘기도 있지만, 전 죽을 때까지 2000권을 읽어야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올라오고, 많이 듣다 보면 말하고 싶다는 욕구가 올라온다고 합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나도 책을 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글쓰기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은 손으로 필사도 했습니다. 2권 정도 필사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틈나는 대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 초에 어설프지만 초고를 완성했습니다. 그런데 출판사와 접촉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를 못했습니다. 거절당하면 의기소침해질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우리나라 독서토론 원조격인 리더스클럽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벌써 17년의 역사를 지닌 독서클럽입니다. 어느 날인가 새해가 되어 회장이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100-100 클럽이 되자는 것이었습니다. 100명의 작가 배출과 100명의 인원이 모여 토론을 하는 목표입니다. 그 당시 회장은 벌써 세 번째 책을 출간한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저에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동안 회원 중에 두 분이 책을 출간하고 모임에서 출판기념회도 열었습니다. 그렇게 2년 정도가 지나갔습니다.

 

 2013년 하반기에 서울에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분이 신입회원으로 참여했습니다. 몇 달이 지나 본인이 책을 내고 리더스클럽에서 출판기념회가 열렸습니다. 출판기념회가 끝난 후 뒤풀이하는 자리에서 그 회원 하고 책 출판하는 문제에 대해서 상의를 했습니다. 의외로 수월하게 출판사와 연결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출판사와 매칭이 되었습니다. 20146월에 원고를 넘기고 수차에 걸쳐 보완과 책 제목에 관한 협의를 하였습니다. 드디어 감격스러운 제 책을 201494일에 받아보았습니다. 내 인생의 첨가제입니다.

 927일에는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에서 지인들을 모시고 난생처음 출판기념회도 했습니다. 그때의 감회를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내 책을 들고 사인을 받으려고 줄 서있는 모습은 저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사인을 할 때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정말로 삶은 경험해야 할 신비입니다.

 

 1011일에는 제가 속한 독서토론 모임인 전주 리더스클럽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어주었습니다. 제 책을 가지고 독서토론을 하고 출판기념회를 한 것입니다. 오고가는 질문에 답하면서, 회원들과 같이 기념 촬영을 하면서, 책에다 사인을 해주면서 우쭐해지는 느낌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TV  CF에 나오는 어는 탤런트의  니들이 게 맛을 알아!’라는 카피가 생각납니다.  그렇게 저는 작가라는 타이틀을 쓰게 되었고, 저에게서 충격들을 받았는지 그 후로 계속해서 리더스클럽에는 책을 내는 작가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불쏘시개 역할을 했던 것 같습니다.

 

 책을 출판하고 나니 경인방송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습니다. 11월의 책으로 선정되어 20여 분간 사회자와 같이 제 책에 관하여 이런저런 얘기를 했지요. 그런데 녹화된 것을 들어보니 떨지도 않고 차분하게 내 얘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감히 생각지도 못한 일입니다.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습니까!

 

 1년 후인 2015년도에는 출판사에서 주관한 워크숍에 참여했습니다. 그동안 같은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한 20여 명의 작가들과 같이 필리핀 세부에 2박 3일간의 단합대회에 참가한 것입니다. 일체의 여행경비를 출판사에서 부담하는 신나는 여행이었습니다. 저 이후에 책을 낸 리더스클럽 회원들도 있었지만 처음 만나는 작가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일가견을 이루고 있는 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의 또 다른 얘기를 들으면서 한번 더 동기부여를 받았습니다. 삶의 고수들이 존경스러울 뿐입니다.

 

 밤을 새워 토론하는 재미를 그때 알았습니다. 참으로 신나는 경험이었습니다. 세부의 관광지를 가는 것보다 밤새워 토론한 기억이 오래 남아있습니다. 그 해를 시초로 매년 새로운 작가들도 참여하며 출판사 작가들과의 워크 숍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후로 상해, 오사카, 제주도, 다낭 등에서 새로운 만남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책을 통해서 이루어졌습니다. 내가 책을 만나지 않았다면 감히 생각지도 못한 어마어마한 일이었습니다. 누구 말대로 책을 읽으면 밥이 나오냐? 돈이 나오냐?’고 판잔을 받기도 하는데, 책을 읽으면 이렇게 삶이 바뀌어버립니다. 경험해 본 사람만 알 수 있는 소중한 추억입니다.

 

 새로운 만남이 있을 때마다 제 책을 선물하며 관계 맺기를 이어갑니다. 한결 수월하게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책을 읽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의 맛에 푹 젓을 수 있어 좋습니다. 이러다가 수다쟁이(?)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되지만,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즐거움입니다. 친구들과 만나면 말도 잘하지 않던 제가 말이지요. 그건 바로 다 책 때문입니다. 호칭도 바뀌었습니다. 사장님에서 작가님으로요.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광화문 교보문고에 새겨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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