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날 때마다

처음 보듯이, 두 번 다시 못 볼듯이(2)

처음 보듯이, 두 번 다시 못 볼 듯이(2)

 지금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있는 것들이 처음 보는 것이라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들과 사물들이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제가 수련을 할 때에 안내하는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던 말입니다.

'처음 보듯이 두 번 다시 못 볼 듯이' 보면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고 소중한 느낌이 든다는 얘기였습니다.

 

 우리는 너무 익숙한 것들에 대해서는 소홀히 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별도로 신경 쓰지 않아도 항상 내 옆에 있는 것에 특별한 느낌을 갖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공기와 시간 같은 것을

생각하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다 잡은 고기에 미끼 주지 않듯이, 당연히 있어야 되는 것에는 그만큼 소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할 일 많고 복잡한 이 세상에 말이죠. 

 그러나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이나, 시한부 인생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무엇보다 소중할 겁니다.

정말로 내가 지금 접하고 있는 것들과 두 번 다시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그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겠습니까?

오헨리의 단편 「마지막 잎새」에 나오는 얘기처럼 말이지요. 지금 보고 있는 것이 목숨처럼 소중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건강하다고 해서 영원히 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날 갑자기 생을 달리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음을 망각해서는 안 됩니다. 

환갑을 지난 시점에 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가야 할 날들이 더 적어지는 시점에 있다 보니 그전과는 다른 생각들이 올라옵니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에 대한 감회도 달라집니다, 앞으로 볼 날들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하면 지금 보고 있는 모습들이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는 마음으로 대하면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이겠습니까?

나이가 들어가니 그동안 만나던 친구들이 소중해집니다. 헤어지면 다시 또 만날 날을 정하고 싶어 집니다.

앞으로 만날 시간이 얼마 없다는 생각에 간절한 마음이 더합니다. 

가끔 번개가 쳐도 귀찮다고 하지 않고 멀리 있어도 달려옵니다. 두 번 다시 못 본다면 달려올 수 있을 때 와야 합니다.

 

 전주에 있을 때 동물원 가는 왕복 이차선 길이 있습니다. 봄이 되면 온갖 꽃들이 앞다투면서 피어납니다. 그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그 길을 2년 넘게 다녀도 그렇게 아름답다고 인식하지 못하고 다녔습니다.

어느 날, 처음 보듯이 두 번 다시 못 볼 듯이 보게 되었습니다. 새롭게 내 눈에 들어오는 주위 모습은 정말로 경이로웠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습니다. 벚꽃의 연 분홍색, 개나리의 샛 노란색, 진홍색과 하얀 백색과 진분홍의  철쭉꽃과 진달래, 그리고 베이지색의 배꽃과 연녹색의 수양버들 잎까지 한마디로 총천연색의 향연이었습니다.

그전에는 왜 이런 모습을 느끼지 못했을까 의아할 지경이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들을 두 번 다시 못 본다고 생각하고 대하면 어떨까요?

얼마나 소중하게 느껴질까요? 내 파트너와 가족들을 꼭 껴안아봅니다. 서로 얼싸안기를 해봅니다.

그러면 왜 평소에 안 하던 짓 하냐고 핀잔을 하려나?ㅎ

 

나는 지금 새로운 경험 중입니다.

'생각날 때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도기 모임  (0) 2020.07.10
발칙한(?) 상상  (0) 2020.06.24
아침 단상  (0) 2020.06.08
내 생일  (0) 2020.06.06
사과의 종류  (4) 2020.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