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일
금년에 윤달이 끼었다고 합니다. 그다음 윤달은 2050년에 온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우리 생애 마지막 윤달이 낀 해임을 상기시키면서 오랜 친구가 아침에 카톡을 보내왔습니다.
2050년이면 앞으로 30년이 남았습니다. 30년 후면 우리 세대는 거의 마무리될 수도 있습니다.
친구는 그 점을 상기시키고자 한 것 같았습니다. 얼굴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로 해석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들이 그리워지는 것은 다 똑같은 것 같습니다.
그에 대한 답신으로 ‘금년에는 내 생일이 없다’라고 보냈습니다. 제 생일은 음력 11월 25일입니다.
그래서 윤달이 낀 해는 내 생일이 다음 연도로 건너뜁니다.
제 답신을 본 다른 친구가 ‘나이가 몇인데 생일 타령?’이라고 한마디 거듭니다.
그 말을 들으니 불현 듯 생각나는 사람과 추억들이 있습니다.
내 생일이 오면 돌아가신 어머님이 그리워집니다.
어머니께서는 자식들 생일날 아침이면 새벽같이 일어나셔서 손수 떡시루에 떡을 안치셨습니다.
우리 5형제의 생일은 제가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생일을 챙겨주셨습니다.
손수 찹쌀로 만든 생일 떡을 미역국과 함께 주셨습니다.
그 때는 느끼지 못했었는데 어머님이 안 계신 지금에서야 가슴에 울림이 옵니다.
그리고 제 생일이 음력 11월 25일 이다보니 양력으로 따지면 거의 연말연시에 해당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송년 모임을 하는 시점과 겹치게 됩니다.
그러면 어머니께서는 제 친구들을 집으로 초청하라고 하시면서 거하게 생일상 겸
송년 모임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셨습니다.
지금도 만나는 고교 때 친구들과 함께 어머니가 차려주신 맛있는 음식과, 아버님이 깊숙이 보관했다가 주신
귀한 양주를 마시면서 송년과 제 생일을 즐겁게 보냈던 기억이 새록새록 일어납니다.
젊은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아! 옛날이여~~
그랬던 우리 친구들이 금년이 마지막 윤달이 낀 해임을 상기시키면서 우리의 처지를 알아차리라고 재촉합니다.
그와 동시에 저는 제 생일이 생각났고 즐거웠던 옛일을 생각나게 합니다.
그러면서 돌아가신 어머님이 그리워지기만 하는 아침입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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