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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생활에서의 경험

신병교육대 조교

▶ 신병교육대 조교

 

각 소대 전다~!”

본부 내무반에서 훈련병 소대 내무반을 향하여 큰 소리로 외칩니다.

1소대 전달 준비 끝!”, “2소대 전달 준비 끝!”, “5소대 전달 준비 끝!”

이런 식으로 각 훈련병 소대 내무반에서 복창을 하며 5개 소대에서 전달 사항을 받을 준비가 되었음을 보고 합니다.

 

제일 나중에 복창한 소대는 그 자리에 머리를 박는다. 실시!”

군기를 잡기 위하여 제일 마지막으로 복창한 소대 전달자에게 기합을 주기도 합니다.

지금부터 사역병 3명씩 본부 내무반에 선착순 집합한다. 이상 전달 끝!”

"전달 끝, 필승!"

이런 식으로 중대 전체가 필요한 사항을 하달하고, 복창으로 확인을 합니다.

 

 본부대에서 제일 졸병이지만 이렇게 훈련병들을 차출하여 내가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시킬 수 있습니다.

훈련 시 지시해야 할 모든 사항들, 예를 들면 훈련을 하기 위해 연병장에 집합하는 일, 식사 당번을 인솔해야 하는 일,

사역병을 차출하는 일 등 모든 사항이 이러한 방식의 전달을 통하여 통솔 가능합니다.

훈련병의 입장에서는 겨우 작대기 하나가 유난히도 설친다고 할지 모를 일입니다.

 저는 6주간의 신병교육을 마친 후 바로 신병교육대 조교로 자대 배치를 받았습니다.

작대기 하나뿐인 계급장을 부치자마자 제 밑에 졸병들이 200명 가까이 생긴 것입니다.

오로지 작대기 하나이지만 정말로 5만 촉광에 빛나는 이등병 계급장입니다.

본부 내무반의 제일 졸병으로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마다 제 아래에 있는 훈련병들을 이런 식으로 동원하여 사역을 시킬 수 있었습니다. 잦은 사역병 차출로 가끔 훈련병 내무반장인 선임병들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합니다.

 

 다른 부대에 배치받은 동기생들은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온갖 궂은일을 맡아서 해야 하는 졸병일 뿐입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200명 가량의 내 졸병들이 있는 셈입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시키고 확인만 하면 되는 아주 편한 보직이었습니다. 교육훈련 시에는 병력을 인솔하고 시범을 보여야 하는 신병교육대 조교였던 것입니다.

 

 군대에 처음 입소하여 상황 파악이 안 된 훈련병들의 군기를 세운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기합들을 주고 우왕좌왕하는 모습들을 보며 엊그제 제가 훈련받던 모습들이 떠올랐지요.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향토사단 신병교육대에 있다보니, 훈련병 중에는 안면이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고교 동기생도 있고 선배도 있습니다.

또한 그 중에는 흔히 말하는 '고문관'이라는 훈련병도 있습니다. 제식훈련 중에는 같은 손과 발이 동시에 올라가는 고문관도 있습니다. 그냥 걸어갈 때에는 정상적으로 걷다가 꼭 제식훈련 때만 나오는 동작입니다.

그런 고문관 한 두 명 때문에 전체가 기합을 받는 일도 종종 있지요.

조교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훈련을 편하게 받고자 요령을 피우는 훈련병들도 당연히 있지요.

사격훈련을 하는 과정에서는 불합격 판정을 받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별도로 훈련 아닌 기합을 줍니다.

불합격자들을 집합시킨 후 앞사람의 허리띠를 잡고 산 정상까지 오리걸음을 시킵니다. 힘들게 정상에 오른 불합격자들을 원산폭격이라는 자세로 노래를 시킵니다. 고향 생각이 절로 나는 ‘어머님 은혜라는 노래를 시키면 중간에 훌쩍거리며 눈물을 흘리는 훈련병들이 많이 있습니다. 흔히 사격장은 산을 깎아 만들어져 있고, 각 사격장에는 눈물고개라고 불리는 나지막한 언덕에 번질번질하게 길이 난 산이 있나 봅니다.

 

 이렇게 신병교육대 조교 생활을 6개월 정도 했습니다. 그런데 조교들은 상병 이상으로 교체하라는 군사령관의 지시에 의거 예하부대로 전출이 되었습니다. 멋 모르고 지난 6개월간의 졸병 생활이었습니다.

 

 지금의 군대 생활은 우리 때와는 천지차이가 날 것입니다. 엄청나게 자유로워지고 민주적이 되었다고 하지요.

군대 갔다오면 '사람이 되어 온다'고 하는데, 지금처럼 느슨한 훈련으로 사람이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군인으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든든한 방패막이 되리라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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