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니실린 쇼크
어느덧 부대 선임병이 되었습니다. 졸병 때보다 한결 시간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제대를 3개월 정도 남겨놓고 일과 후 시간을 이용하여 의무대에 갔습니다.
사회에서 하지 못했던 진정한 '남자'가 되는 수술을 받고 싶었습니다.
연대본부 의무대에 군 입대는 후배이지만, 고등학교는 1년 선배님이 의무병으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사전에 선배님에게 부탁하여 수술을 받을 수 있는지 타진하여 날짜를 정했습니다. 연대에서 고참병은 아니지만 의무대에서는 선임인 선배님의 특별한 배려로 일과 후에 수술을 하게 된 것입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수술하기 전에 먼저 페니실린 쇼크 여부에 대한 테스트를 실시합니다. 그 테스트엔 별다른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수술이 끝난 후 ‘야, 이쁘게 잘되었군.’이라고 농담을 하면서 염증을 방지하기 위한 페니실린을 주사했습니다.
주사를 놓자마자 머리가 빙빙 돌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이상했습니다.
예비 검사엔 문제가 없었던 페니실린 쇼크가 찾아온 것입니다. 일순간 의무대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쇼크 방지제를 놓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러다 죽으면 어머님이 슬퍼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부대에서 불법적인 시술을 한 책임을 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불현듯 났습니다. 마음이 착잡해져 갔습니다.
다행히 의무병들의 신속한 처치로 정상으로 회복이 되어서 망정이지 영원히 깨어나지 못했으면 어쩔 뻔했을까요?
그 소동 덕분인지 시술 후 통증은 느끼지도 못하고 지냈습니다. 천만다행, 전화위복이라는 표현을 이럴 때 쓰는 것이겠지요? 보행하는 것도 별다르게 어렵지 않아서 남들이 보기엔 시술했는지를 몰랐습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진정한 남자로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ㅎㅎ
그런데 지금 글을 쓰면서 올라오는 생각이 있습니다. 시술 끝난 후 선배님에게 조금이라도 사례를 했어야 하는데 하지 못했다는 죄송한 마음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나 때문에 의무대 전체가 비상이 걸린 상황이 되었는데 말이지요.
모른 채 하고 그냥 입 딱 씻고 나왔으니 말입니다. 뒤에서 원망섞인 말들이 많았을 것 같네요.
쇼크로 인한 경황이 없어서인지 그 후에도 까마득히 잊고 살았네요.
아무리 군대라고 하지만 수고한 사람들에게 얼마라도 답례를 하는 것이 정상 아니었을까요?
그런 상식적인 사실을 이제야 인지하는 나를 보며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 왜일까요?
지금까지 알지 못하고 이제야 터득하게 되었으니 말이죠. 허참!
좌우지간, 삶은 경험해야 할 신비입니다.
전, 오늘도 새로운 경험 중입니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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