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한가?
지루한 장마 끝 무렵에 전국을 돌아가면서 물 폭탄이 내리고 있다. 산사태가 나서 많은 인명과 재산이 손실을 당했다. 살아생전에 처음으로 겪는다는 어르신들의 하소연이 전파를 타고 울려 퍼진다. 연이어 태풍도 온다고 하니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코로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자연의 재앙이 밀어닥치고 있다.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밤새도록 오던 비가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평소와 같이 간편한 복장으로 우산을 준비하고 습관처럼 새벽 산책을 나섰다. 평소 다니던 코스보다 조금 짧은 코스를 선택하여 시내를 산책했다. 중간에 또 비가 오락가락한다..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산악회 모임에서 차를 대절하여 등산을 가는 단체들이 보인다. 오랜 장마에 지반이 약해져 산사태에 대비하라는 안내 문자가 왔었는데....... 그전부터 일요일 산행을 계획했기에 어쩔 수 없기도 하겠지만, 무탈하기를 바란다.
우산을 쓰고 가면서 언뜻 올라오는 생각이 있다. ‘나는 행복한가?’ 뜬금없는 물음이다. 항상 산책길에 여러 가지 상념들이 올라왔었지만 오늘은 뜬금없는 생각 천사다.. 그 생각에 연이어 ‘행복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올라온다. 40여분 동안 산책하는 길에 행복에 관한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빙빙거린다.
행복에 관해 이야기한 사람들은 많이 있다. ‘행복의 조건’에 관해 이야기 한 사람, ‘행복이란 무엇인가?’ 라며 학문적으로 고찰한 학자들도 있다.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노래한 가수도 있다. 행복은 모든 인간이 가지고 싶어 하는 인자인 것만은 틀림없다.
예전에 주부들 대상 독서토론 모임에서 ‘왜 사느냐?’고 여쭤봤었다. 여러 대답들이 있었지만, 행복하기 위해서 산다고 대답하는 주부들이 많았다. 그럼 행복이 뭔데 그렇게들 갖고 싶어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었다. 여러분들은 행복이 뭐하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럼 여러분들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물질적인 풍요로움만이 행복의 조건은 아닌 것 같습니다.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재벌가나 연예인 및 선망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보면서 드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런 행복감은 금방 시들어버리는 인자들 일뿐입니다. 상대적 빈곤감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세계적으로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 중에 북유럽 국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나라들이 단지 물질적 풍요로움 때문에 높은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빈곤한 나라에서도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도 있습니다. 가난하게 살면서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기준을 정해놓고 그 기준에 도달하면 행복하고 도달하지 못하면 불행한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각자 나름대로의 행복에 대한 기준이 있을 것입니다.
옛날 우리 어른들은 ‘등 따습고 배부르면 행복하다’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먹고 사는 것에 부족함이 없으면 된다는 말일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만 가지고는 행복하다고 말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합니다. 상대적 비교로 인하여 행복의 조건은 시대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타인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는 순간 행복감은 달아나 버리고 맙니다.
제가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이 있습니다. 우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합니다. 그 중에서 정신적 건강보다는 육체적 건강이 확보되지 않으면 행복감은 쌓을 수가 없습니다. 모든 것은 건강한 육체를 유지하고 있어야 가능합니다. 내 몸이 불편하면 만사가 귀찮아집니다. 정신적인 건강도 육체적인 건강이 가능해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입니다.
둘째, 자신의 상태를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신적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정신적인 무장이 약할 때 옆을 쳐다보면 내 형편을 비교하고 판단하게 됩니다. 그때 허물어지면 행복감 하고는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내공을 길러야 한다는 말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고 현재 있는 상황에 감사하고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는 내공이 있어야 합니다. 내공이 약해지면 어느 순간에 옆을 보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게 됩니다. 그 순간 행복과는 담을 쌓게 되는 것입니다. 많이 듣고 있는 말이지만 닥치면 망각하기 쉬워지는 인간입니다.
셋째, 행복한 순간은 항상 내 옆에 있습니다. 그걸 내가 느끼면 됩니다. 행복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내가 그것을 느끼지 못하면 그건 내 행복이 아닙니다. 현재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나간 과거에 연연해하고 돌아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걱정하며 살아갑니다. 과거는 히스토리(history)이고, 미래는 미스터리(mystery)이며, 현재는 프레젠트(present)라고 합니다. 과거는 바꿀 수 없는 역사일 뿐이고, 미래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므로, 현재를 선물로 받아들이고 감사하변서 살라는 이야깁니다.
마지막으로, 자기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거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냥 뒹굴뒹굴 거리면서 지내는 것은 어는 순간 무료하다는 생각이 들면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권태로움을 느끼기 시작한다면 재미있는 일이 되기 어렵습니다. 일을 하면서 행복함을 느끼고 그 느낌을 주위에 전파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행복은 항상 내 곁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단지 그것을 행복으로 느끼는 것은 각자의 마음이겠지만.
『행복의 기원』의 작가 서은국 교수는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식사를 하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분위기 있는 식당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와인을 곁들인 저녁 만찬을 즐기는 모습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이 솟아납니다. 각자의 행복의 조건은 다르겠지만 물질적인 것만을 아닌 것만은 확실합니다. 나에게 주어진 여건에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행복은 달라집니다. 행복은 항상 내 옆에 있습니다.
그리 생각하니 나는 행복한 사람임이 확실합니다.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지만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어진 상황을 긍정 마인드로 생각하는 것, 이 또한 행복의 조건에 추가합니다.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신비스러움입니다.
나는 지금 새로운 경험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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