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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날 때마다

바람 불어 좋은 날?

바람 불어 좋은 날?

바람이 분다. 시원한 바람이 분다. 장마가 물러가더니 무더위를 식히라고 하루 종일 바람이 분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새벽 걷기를 시작한다.

시원한 바람이 부니 걷는 것도 상쾌하다. 거리엔 쓰레기들이 바람 따라 날린다.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부러진 나뭇잎과 가지들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바람이 분다고 모두 나처럼 좋아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세찬 바람은 비닐하우스들을 귀찮게 한다. 자기 씨앗을 멀리 보낼 수 있는 식물들은 이 바람이 반가울 것이다. 이처럼 어떤 한 가지 사항에 대하여 누구는 좋아하지만, 어느 누구는 극도로 싫어할 수 있다. 세상 인간사에 누구든지 만인들이 다 좋아하는 일은 없다.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은 적당한 것이 좋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딱 맞는 것들이 존재하기는 힘들다. 적당한 선에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이번처럼 고마운 비도 한꺼번에 많이 오면 물난리가 난다. 과유불급이다.

 

기분 좋은 바람을 맞으며 도착한 수봉공원에는 이른 새벽이지만 벌써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헬스기구를 이용하여 운동을 하는 사람, 음악에 맞추어 에어로빅을 하는 그룹들도 있다. 씩씩한 걸음걸이로 공원 주위를 걷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모두들 한쪽 방향으로 열심히 걷는다. 삼삼오오로 짝을 지어 담소하며 걷는 사람들, 반려견을 데리고 걷는 사람, 모두들 건강한 삶을 위하여 운동 겸 산책을 한다. 모두들 같은 방향으로 걷는다. 약속하지 않았는데도 같은 방향으로 돌고 걷는다. 심장이 있는 좌측편으로 돌아가며 걷는다.

 

그런데 한 두어 명이 반대 방향으로 걷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을 만날 때마다 불편하게 느껴진다. ‘왜 그 사람만 반대 방향으로 걷는 거지? 다들 걷는 방향으로 같이 걸으면 안 되나?’ 이런 생각들이 올라온다. 어디를 가더라도 일반적인 사람들과 특별나게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그것을 보고 불편하다고 느끼는 마음이 나만 그러는 걸까?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든다. 그 사람은 그 사람 나름대로 열심히 걷고 있는데 나 혼자서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왜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틀리다고 하는 것일까?

생각을 바꾸기로 하자. 그냥 나는 나대로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도 전체가 다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다양한 생각들이 모여서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와 다른 사람을 이상한 부류로 대하는 내가 문제일 뿐이다.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고 하면 이 세상은 갈등의 연속일 뿐이다. 그렇게 다른 생각과 의견을 가진 사람들하고 살아가야 하는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현명하고 지혜로운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 세상에는 진보와 보수가 있다. 어느 쪽은 맞고 어느 쪽은 틀렸다는 생각은 이 세상을 극도로 혼란의 상황으로 몰아간다. 이 두 진영이 합리적인 방법으로 협조하며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가야 이 세상은 평화가 온다. 이 세상이 그렇고 우리 사회가 그렇다. 자기주장만 하는 것보다 서로의 주장을 잘 들어주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자기하고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들과도 같이 살아가야 하는 우리 사회임을 인식하는 아침이다.

 

오늘 아침에 부는 바람은 참 시원하기도 하다. 나는 지금 새로운 경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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