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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날 때마다

추석 전날

                    추석 전날

 

30년 전 오늘은 일찍 근무를 종료하고

회사에서 마련해준 전세버스를 타고 고향에 갔다.

25년 전 오늘은 비몽사몽인 애들을 깨워

새벽 일찍 차를 몰고 고향 길을 재촉했다.

10년 전 오늘은 장거리 가는 차량들에게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어 주었다.

1년 전 오늘은 차량이 밀리는 날을 피하여

하루 전에 미리 고향으로 차를 몰았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한 방역대책에 협조하는 취지로

고향으로 내려가는 길을 포기했다.

 

30년 전 오늘은 차는 밀렸지만 편안하게 잠을 자며 갔다.

25년 전 오늘은 오도 가도 못하고 10시간 넘게 차안에 있었다.

10년 전 오늘은 고향으로 내려오는 식구들을 기다렸다.

1년 전 오늘은 새벽 전통시장에서 차례 상에 놓을 물건들을 샀다.

지금 나는 옛날을 추억하며 자판을 두드린다.

 

코로나가 퍼짐에 따라 우리의 일상이 바뀐 지 오래되었다.

명절에 조상님들에게 인사하는 것까지 방해를 놓고 말았다.

온 라인으로 제사를 지내는 것을 권장하지만 그게 쉬운 일인가?

남들은 다 할 수 있는 일인데 나만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한 달 반 후에 있을 아버님 기일에 모이기로 하고 금년에는 포기했다.

오래 간만에 우리 가족끼리 조촐한 모임을 갖고 추석 기분을 내보기로 했다.

 

내년 설날에는 반가운 마음으로 모일 수 있기를 소원해본다.

너무 오래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면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짜증으로 얼룩진다.

하루빨리 정상적인 옛날의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한다.

 

그나저나 코로나 핑계로 못 보는 형제들과 친구들이 보고 싶어진다.

바쁘지만 즐거움을 머금은 명절이 금년에는 옛날 같기만 하구나.

벌써 고향의 친구는 막걸리 마시자고 친구들을 손짓하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몇 번을 더 명절을 핑계로 막걸리를 즐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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