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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날 때마다

월동 준비

월동 준비

 

춥고 기나긴 겨울을 지내기 위해 월동 준비를 시작하자.

가을 햇빛 좋은 날에 빨간 고추를 말리기 시작한다.

신작로 변에도 슬레이트 지붕 위에도 빨간 고추가 널려있었다.

태양 빛으로 말려진 고추를 태양초라고 했다.

지금은 건조기를 사용하여 속성으로 말리기도 한다.

 

말린 고추를 방앗간에서 김장용으로 사용할 가루로 만들었다.

날리는 고춧가루는 재채기와 따가운 눈물을 만들어내지만

우리네 식탁에 언제나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양념이다.

김장을 하기 위한 배추와 마늘과 젓갈을 준비할 차례다.

마늘은 굵은 것으로 골라 처마 밑에 주렁주렁 매달아 둔다.

김장에 들어갈 젓갈류도 젓갈시장까지 가서 발품을 팔았다.

노랗게 속이 들어 찬 배추와 토실토실한 무우도 골랐다.

 

배추는 씻어 소금에 절이고 무우는 잎사귀만 뜯어 묶어 말렸다.

바람에 잘 마르면 시래기를 만들어 맛있는 반찬거리가 된다.

어머님이 해주시던 붕어찌개에 들어가면 붕어보다 더 맛있었다.

우리 형제들이 즐겨 먹었던 어머니 표명품 붕어찌개였다.

 

무우는 껍질을 벗기고 토막토막 썰어서 깍두기를 담갔다.

사각사각 씹히는 소리에 밥맛이 절로 난다.

이파리와 같이 김치를 담가 총각김치도 만들었다.

무우를 통째 들고 아작아작 씹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마지막으로 노란 콩을 쑤어 메주를 만드는 일이다.

커다란 솥에 콩을 삶아 절구에 넣고 핫둘핫둘 찧었다.

네모난 덩이모양으로 메주를 만들고 방안에 띄워 말렸다.

메주 띄워 말리는 고약한 냄새가 방안에 진동한다.

 

어느 정도 숙성된 메주를 항아리에 넣고 간장을 담갔다.

소금과 메주를 띄우고 참숯과 빨간 고추도 둥둥 띠웠다.

장맛이 그 집의 음식 맛을 좌우할 만큼 중요했던 시절이다.

간장을 만들고 난 메주를 으깨어 된장으로 만들었다.

된장은 시래기와 만나 감칠맛 나는 국거리가 된다.

메주를 가루로 만들어 고춧가루와 섞어가며 고추장을 만든다.

된장과 고추장 맛만 좋아도 모든 반찬이 일품이 된다.

 

이렇게 먹거리에 대한 월동 준비는 마무리되었다..

그러고 나면 우리네 어머님들은 몸살이 나시곤 한다.

지금은 모든 것이 마트나 시장에 가면 차고 넘친다.

우리네 어머님들의 손맛이 그리워질 뿐이다.

 

한 겨울 땔감을 마련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연탄이 보급되기 전 우리 집은 장작을 땠다.

통나무를 한 차 들여놓고 도끼로 장작을 팼다.

이제는 '여차!'하고 힘센 장정들이 힘을 발휘할 때다.

지금은 기름보일러나 아파트 중앙난방이 일반화이지만

그전까지 난방연료는 연탄이 대세였던 시절이었다.

창고에 연탄을 가득 들여다 놓고 한 겨울 동안 땠다.

한 밤중에도 연탄불을 갈기 위해 잠을 설쳐야 했다.

 

잠든 새 방 틈으로 새어든 연탄가스로 많이도 세상을 떠났다.

우리도 단간 방에서 자다가 위급상황을 만난 적이 있었다.

지금은 자살하지 않는 한 자다가 가스로 죽는 사람은 없다.

모든 것이 격세지감을 느끼는 시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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