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눈 입니다.
새벽 운동을 나가려니 하얀 눈이 오고 있습니다.
금년도 첫눈입니다..
처음이라는 것은 항상 우리를 설레게 합니다.
거리에는 내리자마자 바로 녹아버렸지만
차량 위에는 다소곳이 제법 쌓여 있습니다.
예년에 비해 좀 늦었다는 생각은 있지만,
그만큼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누구는 첫눈이 오면 만나기로 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누구는 첫눈을 맞으며 데이트 약속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같은 눈이지만 부여하는 의미는 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이들은 그저 첫눈이라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질 뿐입니다.
아무런 약속이 없어도 첫눈은 모두에게 낭만을 가져다줍니다.
동네 강아지들 신바람 나듯 동네 공원에 젊은이들이 떠들썩합니다.
이른 새벽인데도 네다섯 명의 악동들이 새벽 정막을 깨뜨립니다.
눈을 뭉쳐 던지기도 하고 눈 바닥에 서로 뒤엉켜 뒹굴기도 합니다.
핸드폰을 커내 서로 카메라로 사진 찍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신바람 난 강아지들처럼 그렇게 떠들며 놀고 있습니다.
눈이 내리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선, 차량을 운전하는 사람들은 극도로 예민해집니다.
순간적으로 밟은 브레이크에 차량은 통제 불능 상태가 됩니다.
경험해본 사람은 그 순간의 아찔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견인차들은 바빠지는 날이기도 합니다.
전방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은 눈이 오면 고역이라고 합니다.
하루 종일 쌓여 있는 눈을 치우느라고 허리 펼 시간도 없다고 합니다.
치워도 치워도 쌓이는 눈을 보면서 하늘을 원망하기도 할 겁니다.
머리에 흐르는 땀을 식혀가면서 제설작업을 또 해야 합니다.
주유소를 운영할 때 새벽에 눈이 쌓여 있을 때가 있습니다.
차량 진출입로를 확보하기 위해 제설작업을 빨리 해야 합니다.
넓은 지역을 혼자서 제설작업을 땀 흘려가며 하며 하늘을 원망합니다.
눈 내리는 날은 주유소 영업도 덩달아 내려갑니다.
눈은 쌓이기 전에 치워야 하고, 차량은 운행이 뜸해지고
여러모로 맥 풀리고 힘든 날입니다.
아무리 첫눈이라도 낭만에 젖으며 사치 부릴 여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주유소를 정리하고 나니 눈을 보는 마음이 달라집니다.
역시 눈 내리는 날은 괜히 기분이 설레고 업 되기만 합니다.
원망스럽기만 하던 눈이 탐스럽게 내리는 모습을 보면 내 맘도 포근해집니다.
상황에 따라 내리는 눈에 대한 느낌은 다를 수밖에 없나 봅니다.
설악산 갔다 오다 미끄럼 사고는 났지만
바위에, 나무 위에 붙어 있는 눈을 보면 절경이 따로 없음을 느낍니다.
자연은 오묘한 풍경을 사계절을 바꿔가며 아낌없이 선사합니다.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기만 하면 됩니다.
월동준비 마친 우리네들은 폭설이 온들 마음 졸일 일이 없습니다.
따뜻한 화롯불에 군고구마 구워 먹으며 감상하면 될 일입니다.
그나저나 올 겨울에는 눈 속에 코로나를 푹 가두어 놓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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