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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날 때마다

김장

김장

 

우리는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서둘러 김장을 한다.

옛날에는 김장하고 연탄 들여놓으면 월동 준비는 끝났다.

그만큼 김장을 하고 나면 마음이 포근해지고 여유로워졌었다.

 

김장을 하기 위해서 한 달 전부터 양념거리를 준비해 온다.

빛깔 좋은 고추와 마늘과 젓갈을 준비하느라 발품을 팔았다.

일 년을 마무리하는 기분으로 서둘러 준비하는 것이 '일'이었다.

 

일주일 전부터 좋은 배추와 무를 사고 소금물에 절였다..

그리고 물에 씻기 위해서 옮기고 하는 일이 장난이 아니었다.

요즘은 처음부터 절인 배추와 무를 사기만 하면 된다.

아파트 생활을 하면서부터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말았다.

 

배추김치, 무김치, 총각김치, 동치미 등을 담근다.

김장을 막 끝낸 김치 가닥에 삶은 돼지고기를 얹으면

아무런 반찬 없어도 밥 한 그릇 뚝딱이다.

노오란 배추 속살은 고소한 맛이 절로 난다.

 

추운 겨울에 살얼음이 동동 뜬 동치미 국물 맛은 별미다.

호주 출신 방송인 쌤의 네 살배기 아들 벤틀리도

유별나게 동치미 국물을 즐겨먹을 정도로 맛은 그만이다.

 

김장철이 다가오면 어머님 생각이 난다.

어머님이 담근 김치는 유난히도 맛이 있었다.

넷째 동생네 아들 녀석은 다른 김치는 맛이 없다고 하면서

어머님이 담근 김치만 맛있다고 즐겨 먹었다.

 

아들 다섯 집 김장을 거의 혼자서 하시다시피 하셨다.

김장하는 날은 온 집안이 배추와 무와 양념들로 넘쳐난다.

그 많은 김장을 하시곤 아들들의 집으로 나누어 주셨다.

그 후엔 몸살이 나셔서 끙끙 앓는 소리를 하시곤 하였다.

 

그만 하시라고 해도 매번 김장철이 오면 가만히 있지 못하셨다.

그러나 이제는 그 모습도, 그 소리도, 그 맛도 보지를 못한다.

나는 아내가 집에서 김치 담그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어머님 김치를 갔다 먹었으니 별도로 김장을 할 필요가 없었다.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에도 아내는 김장을 하지 않았다.

여기저기 김장하는 것을 도와주고 얻어 가지고 온다.

우리 집에는 김장을 하지 않아도 온갖 김치가 준비되어 있다.

이 집 저 집 돌아가며 맛을 보고 품평회를 하기만 하면 된다.

그래도 어머님 김치 맛을 따라갈 맛은 아직은 없다.

 

이제는 아내가 김장을 해서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하는데

그러한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오히려 우리가 얻어먹는다.

그럭저럭 우리 집 냉장고에는 각종 김치가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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