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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날 때마다

동네 작은 공원 새벽 산책길에서

동네 작은 공원 새벽 산책길에서

새벽바람이 차갑게 얼굴을 스친다.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는 예보다.

장갑에 귀마개에 목도리까지 단단히 채비를 했다.

겉옷은 두꺼운 파카를 입었다.

마지막으로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눌러썼다..

내가 봐도 누구인지 모르겠다.

 

몇 달 전부터 새벽 산책 코스를 먼 수봉공원에서

가까운 동네 작은 공원으로 바꾸었다.

집에서 걸어서 채 3분도 걸리지 않는다.

먼 길까지 걸어서 갔다 오는 것이나,

동네 작은 공원 산책로를 여러 번 돌면 마찬가지다.

그러나 공원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추운 날씨지만 매일 오는 분들이 열심히 걷고 있다.

한 바퀴 돌면 이 백보 가까이 된다.

스무 바퀴 정도 돌고 나면 얼추 비슷해진다.

모두들 같은 방향으로 돌면서 열심히 걷는다.

빠르게 걷는 사람도 있고 느린 사람도 있다.

나를 몇 번 추월해서 가는 사람도 있다.

두 팔을 앞뒤로 힘차게 흔들며 기운차게 걷는다.

 

둘이서 나란히 이야기해가며 천천히 걷는 사람도 있다.

매일 만나는 분들인데도 하루 지나니 할 말이 있나 보다.

벌써 김장들을 다 하셨는지 김장이야기가 들린다.

스마트 폰의 음악을 들으면서 걷는 사람도 있다.

요사이 유행하고 있는 트로트 열풍이다.

혼자만 들으면 좋겠는데..., 괜히 신경이 쓰인다.

 

새벽 일찍 공원에 나와 운동하는 사람은 전부 나이가 있다.

새벽잠이 없으니 일찍 나와서 열심히 건강을 챙긴다.

젊은이들은 지금쯤 단잠에 빠져 있을 것이다.

아내도 나와는 사이클이 달라서 지금도 역시 꿈나라다.

나는 새벽 형이고 아내는 올빼미 족이다.

자다 보면 침대에는 나 혼자만 자고 있다.

같이 일어나 걸으면 좋으련만 한사코 본인은 싫다고 한다.

 

오늘 새벽엔 처음 보는 여자분이 나왔다.

근데, 걷는 방향이 우리와는 정반대다.

우리는 좌에서 우로 도는데 그 사람은 우에서 좌로 돈다.

마주칠 때마다 자꾸 불편한 감정이 올라온다.

걷는 모습도 아장아장. 모든 것이 밉게만 보인다.

, 같은 방향으로 돌지 않고 반대로 도는 거지?

그 사람은 나처럼 불편한 감정은 없는 걸까?

 

고요한 새벽에 들리는 음악소리와,

반대로 도는 사람을 마주칠 때마다 불편한 심기가 올라온다.

목줄을 하지 않고 데리고 나온 개들도 신경이 쓰인다.

나 혼자서만 유별나게 느끼는 감정일까?

같은 방향으로 돌면 안 될까?

이어폰을 끼고 들으면 안 될까?

 

언젠가는, 걸으며 영어 회화 공부를 하는 건지

커다랗게 켜놓은 스마트 폰 소리가 무척이나 거슬렸었다.

이어폰으로 들으시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이런저런 것 무시하고 나 할 일만 하지 못하는 내가 문제인가?

불편한 맘을 달래지 못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내일은 시간대를 바꾸어야 할까?

전에 하던 장소로 바꾸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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