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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날 때마다

‘공정함’에 대한 생각

공정함에 대한 생각

공정함이라는 말은 어떤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공평하고 정당함을 뜻하는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이며,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향후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그만큼 공정이라는 것은 중요한 우리 사회의 화두다.

 

작년 초부터 참여하고 있던 독서토론 모임에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열다섯 권짜리를 완독 하기 위한 년 간 프로젝트를 추진했었다. 혼자서 읽기는 지루할 수밖에 없기에 함께 읽어보자고 한 것이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닥친 코로나로 인하여 마지막 한 권을 남겨놓고 잠시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걸 지난주 토요일 모임 때 마무리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역사에 대한 관심이 있어 요약정리해 놓은 자료를 본 회원들이 나에게 진행을 부탁하게 되었다. 그냥 참여만 하려고 했었는데 어느 순간에 자연스럽게 진행자가 되어 프로젝트를 이끌게 되었다. 그러나 보니 토론 발문을 추려내기 위해 남들보다 두, 세 번 더 읽을 수밖에 없었고 그 덕분에 자세히 로마에 대해서 알게 되는 행운을 누렸다. 발문을 추려내기 위한 과정은 괴로움일지라도 그 결과물에 대한 혜택은 진행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그 책을 세 번 이상 읽었다. 어느 정도 머릿속에 로마에 대한 그림이 그려진다.

그 중에서 세 번째 책인 <승자의 혼미>편을 보면서 여러 생각들이 올라왔다. 포에니 전쟁에서 승리한 로마의 사회가 갑작스럽게 불어난 국가 재정의 불공정한 처리로 인하여 혼미해지는 사회를 개혁하고자 하는 그락쿠스 형제의 농지개혁법에 관한 과정을 기술한 내용이었다. 그것을 읽으면서 현재 우리가 진통을 겪고 있는 각종 개혁 작업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개혁을 한다는 것은 2000년 전의 로마 사회나 지금의 사회나 무척이나 험난한 길임을 실감하게 된다. 개혁을 하고자 하는 세력과 그것을 고수하고자 하는 기득권 측과의 마찰과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일이다. 개혁을 하고자 하는 세력들은 지금의 현실이 공정치 못함을 타파하기 위한 몸부림이고, 반대하는 세력은 불법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부를 내놓지 않기 위한 발악이었다. 소유하고 있는 재산이 공정하지 못한 방법으로 획득했을지라도 내놓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당시 로마의 반대 세력들은 개혁안을 저지하기 위한 꼬투리를 잡기 시작한다. 개혁안에 대한 본질보다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침해하는 사항에 대해 집요하게 트집을 잡기 시작하는 것이다. 총론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찾아낸 꼬투리는 절차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자신들 집단의 고유 권한을 침해한 사항에 트집을 잡고 개혁안 자체에 반대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면 양 진영은 개혁안보다는 변질된 사항을 두고 싸우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마침내 힘에 밀린 개혁파들은 그락쿠스를 포함한 많은 인원들이 죽음을 당하고 개혁안은 유야무야 되고 만다. 이렇게 개혁을 한다는 것은 힘든 작업이다. 생명을 담보로 개혁을 해야만 하는 과거의 역사를 보면서 지금의 우리도 이에 못지않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렇게 힘든 개혁 작업을 지속하는 힘은 평민들의 지지였다. 로마시대에도 로마 시민들의 지지가 지속적으로 있었다면 그락쿠스의 개혁법은 추진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개혁 작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변함없는 지지가 밑바탕에 있어야 한다. 국민 여론이 뒷받침되어야 수월하게 완수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언론은 죽었다. 

 

그런데 작금의 현실은 너무나 많은 암초들이 여기저기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험난할 뿐이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일에 기득권들은 사활을 걸고 방해하고 있는 모습이 예나 지금이나 한 치도 틀리지 않는다. 특히 언론은 그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여론을 형성하기보다는 기득권의 보루를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의 검찰 개혁은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국민들의 염원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진정한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있음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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