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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날 때마다

일방통행

일방통행

 전주에서 내가 살았던 곳의 앞은 일방통행 길이었습니다.  100여 미터 가량 되는 짧은 길입니다.

양쪽에서 차량이 진입하면 통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좁은 길입니다. 더구나 한쪽에 차량이 주차되어 있으면 조심스럽게 서행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가끔 반대 방향에서 진입하는 차량이 있었습니다.

바닥에도 일방통행 표시가 되어 있고 안내 표지판도 부착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자기만의 편의를 위하여 위반하는 차량이 있는 것입니다.

제가 그런 경우를 목격하면 반드시 지적을 해서 따지는 성격입니다. 규칙은 준수해야 한다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는 원리원칙주의자 이거든요. 그런 이유로 초, 중, 고 12년 간을 개근한 모범 학생입니다. 으슥!

 

 길 가운데 서서 역주행하는 차량을 정지시키고 한 마디 해줍니다. 조금만 돌아가면 되는 데 오직 자신의 편리만을 위하여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것이 무척이나 불편하게 느껴지거든요.

그러면, '잘 몰랐다'라고 발뺌하는 사람, '예, 죄송합니다'라고 잘못을 시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면 따지기를 잘했구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일부는  그냥 무시하고 가버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부분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지 못했다는 일말의 양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날, 오후에 짙은 회색의 BMW 차량이 역주행하더라고요. 그래서 평소대로 뭐라고 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젊은 운전자는 창문을 내리더니 '당신이 뭔데 그러세요?'라고 대드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동안 이렇게 따지는 사람은 없었거든요.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 이 동네 시민이요'라고 그랬더니 창문을 닫고는 말도 없이 쌩하고 가버리더라고요. 혹시 내려서 해코지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내가 예상했던 대로 반응들을 해왔거든요.

 

 며칠 전에 동생이 나한테 했던 말이 불현듯 생각이 났습니다. '뭐하러 그렇게 따지고 그러느냐?'라고 그러면서 '괜스레 나서서 험한 꼴 당하지 마시라'라고 했었거든요.

그날 민망한 상황을 당하고 나서는 예전처럼 따지는 것이 망설여집니다. 불편한 심경을 한참을 째려보는 것으로 대신하고 말았지요. 평화주의자인 저는 험한 꼴 당하기가 싫거든요.

 

 안전을 위해서 원활한 소통을 위하여 도심에서는 일방통행 길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삶의 현장에서는 일방통행식으로 자기주장만 하면 독불장군으로 매도를 당합니다. 소통이 되어야 하는데 밀어붙이기 식으로 강요를 하면 소통은커녕 갈등의 원인이 됩니다. 우리의 역사도 독재정치다, 불통의 정치다고 하면서 볼 상사나운 추태가 일어났던  현장을 보면서 자랐습니다.

협상과 타협보다는 권위적인 모습으로 숫적 우세와 힘을 내세우면서 일방적인 질주로 인해 초래되는 사회적 갈등 현장을 많이 보았습니다. 가부장적이고 원활한 소통을 위한 훈련이 안되어 있어서 그럴 겁니다.

 

 어려서부터 주입식 교육보다는 토론하고 설득하고 타협하는 기술을 배워야 합니다. 우리는 권위적인 모습에 익숙해지면서 성장해 왔거든요. 최근에 문제 되고 있는 갑질 행위도 그렇습니다. 내가 너보다 위에 있다는 얄팍한 권위의식은 우리 사회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참 민주적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아내는 그럽니다. '당신은 참 독불장군 같아요'라는 말에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이것 또한 나대로의 일방통행이었나 봅니다. 가부장적이라는 의식에 살고 있는 우리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항상 자신을 돌아보고 겸손한 자세를 유지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말과 행동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자신만의 에고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입니다.

 

 일방적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의식에 사로잡혀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는 결정장애 또한 제고되어야 합니다. 독재적이라는 말과 함께, 결단을 제때 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함도 경계해야 할 대상입니다.   

지금과 같은 위급한 시국에서는 결단력 있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권위는 있어야 하지만 권위적이어서는 곤란하겠지요.

정말로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항상 자신을 돌아보면서 성찰하는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도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삶을 만들어 갑니다.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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