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활동에 관한 경험

콘닥 교육 및 아틀리에 구성

콘닥 교육 및 아틀리에 구성

하비람 수련을 경험한 200812월에 콘닥 교육을 한다는 안내문이 하비람 홈페이지에 실렸습니다.

콘닥이라니? 통닭도 아니고 콘닥? 생소한 말이기도 하고 저하고는 관계없는 사항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하비람을 소개해준 분이 무료이니 같이 참여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그 교육에 참여하였습니다. ‘콘닥이라는 말은 콘닥터의 준말로 지도자, 안내자라는 의미였습니다. 그러니까 독서모임에 대한 진행을 할 수 있는 진행자를 교육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비람 수련을 안내하는 선생님의 목표는 수련을 받은 사람들이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들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본인도 책으로 인하여 인생이 변화되었기에 적극적으로 책 읽기를 권유했습니다. 그래서 200812월부터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인 아틀리에를 구성하여 활동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수련생들에게 무료로 교육을 시작한 것입니다. 책 읽는 소리가 전국에 울려 퍼지기를 고대하며 토론 진행자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한 것입니다. 우리는 그 진행자를 삶의 디자이너(life designer)’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12일 무료로 열리는 교육에 참석했습니다. 전국에서 80여 명의 관심 있는 도반들이 교육에 참석했습니다. 수련장이 열기로 후끈후끈거렸습니다. 독서전문가인 오늘’(하비람 별칭)님으로부터 책 읽는 방법, 시를 읽는 방법 그리고 책을 읽고 요약하는 방법들에 대하여 배웠습니다. 교육을 받는 동안 그동안 책과는 담을 쌓고 살아왔던 저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모인 사람 전부 책을 많이 읽고 있는 전국의 고수들이 다 참석한 것 같았습니다.

 

실습하는 과정에서 토론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자꾸만 위축이 되어가는 내 모습이 보였습니다. 왜들 이렇게 말을 잘들 하는지요. 내 차례가 다가오면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12일로 4회에 걸쳐 집중적으로 독서모임에 대한 교육을 처음으로 받았습니다. 교육을 받으면서 머리가 깨어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제가 책을 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습니다.

처음으로 시를 시답게 읽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시를 읽고 서로 마음을 나누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저로서는 생각지도 못하던 느낌들이 쏟아졌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시라는 것은 그저 선생님이 알려주는 느낌뿐이었는데, 같은 시를 읽고 그렇게 여러 생각들을 말하는 광경은 충격이었습니다. 시를 읽는 참다운 맛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물밀 듯이 밀려왔습니다. 그러나 이때 배웠던 교육으로 인하여 삶이 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때 만약 이 교육을 받지 않았더라면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를 생각하면 끔찍하기만 합니다.

늦었다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정말로 다행이었습니다. 떠밀려 받은 수련과 이번 콘닥 교육을 통하여 완전히 바꿔진 깨어난 의식에 새로운 삶이 전개되었다고 확신합니다. 내 삶의 분기점(turning point)이 되었습니다. 책을 읽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그동안 받은 교육을 토대로 독서토론모임인 아틀리에를 구성하여 활동하겠다고 신청서를 제출하였습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후에 뜻있는 도반들과 전주지역에서 조그만 독서토론 모임을 구성했습니다. 모임 이름을 아하라고 명명하고 총괄 관리를 하는 곳에 보고를 하고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시작한 시점이 20092월 9일 이었고, 우리는 지침에 의거 2주에 한 번씩 모임을 가졌습니다. 전국적으로 우리와 같은 토론 모임이 40여 개가 구성이 되었습니다. 안내하는 선생님이 선정한 책을 바탕으로 미리 안내해 준 발문에 의거하여 모임을 계속했습니다. 그때 만들어진 모임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습니다.

 

아하아틀리에는 5명의 남자들로만 출발했습니다. 하비람 경험자 3명과 비경험자 2명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저의 집에서 모이기로 했습니다. 청소를 하고 다과를 준비하고 책상을 배열하는 등 모임 준비를 하고 사람들을 기다렸습니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몇 사람이나 오려나?’, ‘시간에 맞추어 오려나?’라는 걱정들이 스멀스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모임을 주관하는 사람들의 조바심 나는 모습이 이런 느낌이었을 겁니다.

첫 번째 책은 토니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 이었습니다. 쉽고 짧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아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책입니다. 콘닥 교육 때 배운 순서에 의거하여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선정해준 발문에 의거 진지하게 토론 모임이 진행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나누어졌습니다. 이런 모임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여 가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관점에 따라 생각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내 사고의 폭을 넓혀 가는 연습의 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타인들은 배려하는 마음이 만들어져 갑니다.

 

저녁 8시 반에 시작한 모임이 2시간이 넘어서야 끝났습니다. 처음으로 한 독서모임이 생각한 것보다 잘 마쳤음에 뿌듯한 마음을 형언할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리고 늦은 시간까지 열띤 토론을 하고 초보인 디자이너의 안내에 잘 따라준 멤버들이 무척 고마웠습니다. 아쉬운 작별을 고하는 늦은 밤하늘엔 밤안개가 자욱이 내려와 있었습니다.

 

서둘러 오늘 모임에 대한 소감을 정리하여 홈페이지에 결과보고를 하였습니다. 이렇게 인생을 바꾸어주는 아하호는 닻을 올렸습니다. 그 후에도 구성 멤버들은 바뀌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 모임을 계기로 하여 현재 5개의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3개는 제가 진행을 하고 2개는 멤버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토론 모임을 주관하여 진행하는 디자이너의 입장과 그냥 멤버로 참여하는 참여자의 입장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진행자로 나서서 그 맛을 공유해보기를 권합니다.

삶은 정말로 경험해야 할 신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