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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경험들

광양 백운산 계곡의 ‘불’

광양 백운산 계곡의

 

장마철답게 어제는 하루 종일 비만 왔다.

그 장마철 틈새 기간 동안 우리 고교 때 ‘오뚝이’들은 기막히게 날을 잡아 모였다.

두 달 전에 약속했던 지난 토요일에 12일로 추억에 남을 시간들을 가졌다.

우리가 만나던 그 날은 비도 그치고 햇빛도 숨어서 야외에서 활동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광양 백운산 계곡에 기막힌 별장을 지닌 친구의 초대로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우리 ‘오뚝이’들은 시간에 맞추어 도착했다. 7+5+113명의 인원이 모였다.

오래전부터 부부동반 모임이 되었고, 그 날은 별장지기의 8 살배기 손주가 특별히 참석했다.

다 모이면 14+1=15명이 되어야 하는데, 두 친구는 지금은 아직 혼자다.

나무로 둘러싸인 별장 마당에는 잔디가 융단처럼 깔려있고 야외 식단에는 먹거리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바베큐장에는 맛있는 한우를 굽는 고소한 냄새가 별장에 진동한다. 손주 녀석의 고기 먹는 솜씨는 가히 일품이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평소에 고기 먹는 훈련을 많이 시켰나 보다. 두 눈이 초롱초롱 빛난다.

'엄마 따라 먼저 갔다가는 서운할 뻔했다'는 손주의 말에 우리는 박장대소를 했다. 잘 먹으니 좋다.

 

한쪽 텃밭에는 신선한 각종 채소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아래쪽 계곡에는 며칠 전에 내린 비로 인하여 물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

20년 가까이 가꾸어 온 친구네 별장은 별천지에 온 느낌이다.

가끔 오는 우리들이 힐링 하기엔 이만한 곳이 없을 것이다.

 

잘 구워진 한우와 술술 목으로 넘어가는 회포주와 함께 그간의 얘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지난 2월 희리산 휴양림 모임 후 5개월 만이다. 모두 건강하게 모일 수 있어 감사할 뿐이다.

구수한 된장국에 금방 뜯어온 먹거리들과 바리바리 싸온 반찬들을 곁들여 간단하게 저녁 식사도 마쳤다.

마지막으로 모든 MT의 클라이맥스인 캠프파이어를 하기로 했다.

 

잔디밭에 빙 둘러앉고 중앙에는 통나무에 불을 붙여 모닥불을 피웠다.

멋지고 황홀한 불이 백운산 계곡에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젊었을 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바라며 다들 추억에 젖어본다.

돌아가며 그동안 살아온 삶에 대한 공유 하면서 간간히 기타 반주에 맞추어 노래도 불렀다.

학창 시절 때 많이 불렀던 노래다. 모닥불 피워놓고 모여 앉아서 지난 추억들을 소환했다.

오카리나와 기타의 합주도 감상했다.

친구의 기타 솜씨는 여전하고, 오카리나의 부드러운 소리는 예전보다 일취월장된 솜씨다.

이름도 모르는 풀벌레들도 동참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다.

미안하지만 전자 파리채로 접근 금지하기로 했다. 밤은 그렇게 깊어만 갔다.

 

활활 타던 모닥불이 조금 잠잠해지자 은박지에 싼 감자와 고구마를 구웠다.

건강한 야식으로 이만한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꿀맛이다.

밤이 늦어 이슬비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모닥불도 서서히 사그라져 간다.

이제 그만 잠자리에 들 시간이라고 하는가 보다.

조금 이르다고 생각되지만 젊었을 때 체력과 비교해서는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는 이렇게 또 하나의 추억거리를 만들었다.

모닥불을 피우면서 잠시 우리네 인생이 생각난다.

불을 피우기 위해 불쏘시게도 넣고 바람도 불어 주었다.

좀 축축한 통나무에 불을 붙이기 위해 처음에 우리의 노력이 필요했다.

어느 정도 불이 붙기 시작하자 저 혼자서도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고

우리들에게 즐거움과 따뜻함을 선물해 주었다,

 

그렇게 한동안 기세 좋게 타오르던 모닥불은 시간이 되자 서서히 잔불만 남았다.

우리는 그 잔불에 맛있는 고구마를 구울 수 있었고,

그리고 모닥불은 서서히 사그러 들었다.

우리네 인생도 이러하다. 유아기, 청년기를 지나 장년기, 노년기를 맞이한다

뒤에 오는 자들에게 잔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물러나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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