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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경험들

모방시 ‘나의 연대기’(1)

모방시 나의 연대기’(1)

박철 시인의 <아이의 연대기>라는 시를 모방하여, <나의 연대기>라는 시를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방시란 시의 형식적 특징, 즉 운율이나 연과 행, 표현방법 등을 모방하여 새로운 주제로 재창조된 시를 말합니다.

 

<나의 연대기>

19531230

한 해가 저물어가는 그믐 날 새벽, 하얗게 눈 쌓인 날에

독자이신 아버님의 큰 아들로 태어나다.

5형제 중 첫째로 태어난 아이를 보고

집안의 경사라고 모두는 즐거워했지만 아이는 울기만 했다

 

1961년 어느 날

수업시간에 갑자기 배가 아프지만 차마 말 못하는 아이

참다못해 그만 바지에 실수를 하고 말았다.

어머니는 혼도 내지 않으시고 우물가에서 깨끗이 씻겨 주셨다.

아이는 한동안 창피한 별명으로 놀림을 당한다.

 

1963년 어느 날

아버님의 전근으로 정읍에서 전주로 이사 온 아이

창피한 별명을 모르는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오다.

새로운 친구들과 어설프지만 새 생활을 시작하다.

새로 생긴 별명으로 즐겁게 학교를 다닌다.

 

19723월 어느 날

고향을 떠나 대학에 입학하고 서울에 와서 대학생이 되다.

처음 가 본 고고장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잠을 잘 때마다 머리 위에서 조명불만 번쩍거린다.

처음 만난 여학생 얼굴은 생각도 나지를 않는다.

 

19743월 어느 날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입대를 하다.

밀어버린 머리 위에 떨어지는 눈송이가 차갑기만 하다.

큰 아들 군에 보내고 전방 갈까 노심초사 하시던 어머니

다행히 후방 사단에 자충병으로 남게 되어 한시름 놓으시다.

 

1976년 가을 어느 날

제대 얼마 남지 않았는데 특공훈련 입교 명령 받은 고참병,

입교한다고 신고하고 겁도 없이 그대로 집으로 그냥 와버렸다.

왜 안 갔느냐는 선입하사 전화를 받고 다음 날 부대로 가니

조인트 한 대로 화를 푼 중대장은 다행스럽게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197811월 29일

아직 졸업도 하기 전에 취업이 확정된 직장의 연수교육에 참석한 나,

동기생 10명과 같이 중공업에 배정 받고 첫 출근을 하다.

정년 때까지 성실히 근무하리라 다짐을 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인정 받고자 노력을 하다.

 

19791118

협박 비슷한 편지로 허락을 받고 이쁜 여인과 결혼을 하다.

사전 계획도 없이 무작정 경주로 신혼여행을 가다.

어떻게 해서 신혼여행 기념사진 한 장 없는지 모르지만

지금 다시 하면 잘 할 수 있을 거 같다.

 

19805월 어느 날

생전 처음으로 일본으로 한 달간 연수차 비행기를 타다.

국내에서 보지 못하던 희한한 쇼를 보고 충격을 받다.

김치 생각에 한국에 빨리 가고만 싶어 하다.

그 와중에 광주에서는 난리가 나고 있었다.

 

1981829

퇴근 하니 주섬주섬 가방을 싸고 있는 아내

배가 아프고 애가 나올 거 같이 진통이 있다고 한다.

입원실에 대기하며 깜박 잠이 들었는데

간호사가 자면서 아들 얻었다고 놀리는 거 같다.

 

1984년 어느 날

사원 주택에 당첨이 되어 처음으로 내 집을 갖게 되다.

인천에서 의왕으로 부푼 꿈을 안고 이사를 가다.

회사까지 거리가 멀어 출퇴근에 시간이 걸리지만

통근버스에서 달콤한 잠에 빠질 수 있어 다행이다.

 

199912월 어느 날

IMF영향으로 해외 사업이 취소되고 기존 사업도 축소되어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20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나오다.

사업하는 친구의 요청으로 전주에서 재취업을 하고

3대가 덕을 쌍아야 할 수 있다는 주말부부가 되다.

 

*내일 또 이어서 2부로 계속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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