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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날 때마다

귀향

귀향

오늘 아침 산책하다가 불현듯 귀향이라는 단어가 머리에 꽂혔습니다. 그러면서 내 고향이 생각이 났고요.

그 기분으로 집에 오고나서 생각나는데로 적어본 글입니다.

 

전주역사

귀향한다는 말은 자기가 태어나고 성장했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내가 태어난 곳은 전북 김제이지만, 별다른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꽃피는 산골'은 아니었습니다.

그 후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정읍에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 이후에는 전주로 이사와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10년 정도 생활했습니다.  

대학교를 서울로 진학하여 취직, 결혼을 하고 인천에서 20년 동안 살았고, IMF를 맞이하여 다니던 회사를 명퇴하고,

나 혼자서만 다시 전주로 내려가 20년 가까이 살다가 작년에 다시 인천으로 와서 아내와 합치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추억에 남는 곳은 즐거웠던 학창 시절과,, 혼자 사는 즐거움을 만끽한 전주에서의 생활입니다.

지금도 전주에 가면 우리 형제들이 있고 정다운 친구가 있고, 부모님이 사셨던 정든 집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에게 있어 귀향한다는 것은 전주에 간다는 의미입니다. 언제라도 전주에 가면 마음이 포근해집니다.

나에 있어서 물리적, 심리적 공간인 셈입니다.

 

작년에 인천으로 오기 전에 20년 가까이 있었던 전주에서의 생활이 내 삶의 많은 부분에 변화를 주었던 곳입니다.

학창 시절과 최근에 가장 오랫동안 살았던 실질적인 저의 고향인 셈입니다.

지금은 빈집으로 있는 전주의 집은 아버님이 정읍에서 전주로 이사 온 후 전셋집을 전전하다가, 68년도에 처음으로 구입하신 집입니다. 장장 50년이 넘게 살고 있는 곳입니다. 그곳에 가면 두 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두 분이 요양병원에서 생활하시게 된 후로 거의 6년 동안 제가 지켰던 곳이기도 합니다.

 

골목 깊숙이에 위치한 저의 집은 자동차 소리도 들리지 않는 조용한 동네입니다. 조용한 집에서 책과 함께, 음악과 함께, 성가신 이웃도 없이 잠시 쉬었다 올 수 있는 곳입니다. 아직도 집안에 남아 있는 유품들에서 두 분의 체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5형제가 어릴 때 부대끼며 살았던 곳입니다. 두 분의 제사 때나 설날과 추석 명절 때에는 우리 형제들이 편하게 올 수 있는 곳입니다.

 

내 인생 처음 사업(세녹스&주유소)을 시작했던 곳입니다. 책읽기라는 놀이에 빠져 활발한 독서토론 모임과 독서 단체 활동을 했으며, 강사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던 곳입니다. 지금도 매달 한 번은 내려가 전주에 있을 때 했던 모임을 2,3일 동안 몰아서 하고 오곤 합니다. 제가전주에서 활동했던 토론 모임이 다섯 개이었거든요.. 마지막 주 일요일 저녁부터 화요일 오전까지, 오전과 저녁으로 두 차례의 모임을 마치고 올라옵니다. 매달 바람 쐬러 간다는 기분으로 드라이브도 하고 힐링도 하고 옵니다.

 

또한 언제나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고, 삶의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고민을 상담해주는 선생님이 계시는 곳입니다. 지금도 가면 시원한 막걸리와 함께 나누는 정담은 옛날 추억에 잠기게 합니다.

그런 곳이 있음에 내 삶이 더 풍요로워집니다.

 

내가 지치고 피곤할 때 잠시 쉬었다가 올 수 있는 곳입니다.

정답고 그리운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언제라도 내가 가면 반갑게 맞아주는 벗들이 있는 따뜻한 곳입니다.

 

이번 달에도 힐링하고 올 예정입니다. 맛과 멋의 도시 전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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