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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생활 할 때 경험

대붕회 모임

대붕회 모임

 20181월 직장에 다닐 때 같이 근무했던 팀원들이 전주에 온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퇴직한 지 18년이 지난 시점입니다. 그 당시 다니던 직장이 경기도 의왕시에 있었는데 전주에서 3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입니다. 그 전에 가끔 전화 통화는 했었지만 이렇게 대거 몰려올 줄은 몰랐습니다. 보통 직장에 다니는 사람하고는 퇴직하면 왕래가 소원해지는 것이 상례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만나는 경우는 있지만 이렇게 날 잡아서 먼 길을 달려오는 경우는 드문 케이스입니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다섯 명이 몰려온다고 하니까 말이지요.

 

 겸사겸사 한번 찾아오겠다고 하기에 오라고 하기는 했지만 설마 했었습니다. 가까운 곳이 아니고 하루를 걸려 오고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작 온다고 하니 색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엊그제 떠난 것도 아니고 떠난 지 18년이나 지났는데 옛날 팀장을 만나러 먼 길을 온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같이 근무하면서 팀장으로서 잊지 못할 추억거리를 만들어 준 것은 없었던 거 같은데, 이렇게 먼 길을 긴 세월 동안 잊지 않고 찾아온다고 하니 감개무량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 회자되는, 갑질 행위를 하는 상사는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잊지 않고 찾아준 것이 고마웠습니다.

 그 친구들은 12일 동안 머물면서 예전에 근무했던 추억들을 끌어내어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싱싱했던 모습들이 많이 변해 있었습니다. 감회가 새록새록 피어났습니다. 현직에 고수하고 있는 인원은 단 한명 뿐이었습니다. 각자 다른 곳에서 본인들의 이상을 펼쳐나가고 있었습니다. 떠나는 날 오전에 많은 사람들이 관광차 찾아오는 한옥마을도 둘러보고 유명한 콩나물국밥도 먹고 담소를 즐기다가 그러고 먼 길을 올라갔습니다. 가는 길에 3년 전에 출간했던 내 책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올라간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습니다. 그때 같이 근무했던 팀원들끼리 저랑 같이 모임을 만들어서 지속적으로 정기적인 만남을 갖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잊지 않고 찾아주는 고마움에 반대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모임의 이름을 하나 지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책을 낸 작가라는 핑계였습니다.

 

 생각을 하다가, 그 당시 제가 공부하고 있던 고전 중에서 골랐습니다. 장자 소요유편에 나오는 거대한 새로 변한 대붕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논어 학이편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라는 구절에서 이라는 뜻의 이라는 단어와 연관을 지어봤습니다. 그래서 대붕회라고 이름을 정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대붕회라는 모임이 만들어졌고 지금까지 격월로 만나 회포도 풀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하곤 합니다. 저도 전주에 있으면서 가끔 시간을 내어 참석하여 향수에 젖어보는 낭만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만남의 횟수가 이어짐에 따라 이제는 대붕회 친구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봅니다. 좀 더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모임으로 유도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제안했습니다. 우리가 두 달에 한 번씩 만나서 먹고 마시는 것도 좋지만, 책을 읽고 토론하는 기회를 만들자고 했습니다. 첫 번째 책은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으로 선정했습니다. 책을 통하여 우리 팀원들이 좀 더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가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지요.

 

 별다른 이의 없이 일단 해보기로 했는데 잘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책을 읽지 않던 사람이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있어야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 선정한 책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선정을 했었습니다. 우선 재미를 붙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억지로 따라오다가 어느 날 필이 꽂이면 책벌레가 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내가 살아오면서 터득한 것들을 고마운 우리 팀원들에게 전수해주고 싶었습니다.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을 내가 겪어보니까 길이 보이더라고요. 그 길을 안내해주고 싶은 것입니다. 안내를 따라오고 말고는 본인의 선택이고 복입니다. 물가에까지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일 수는 없다고 하지요. 안 온 사람만 손해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신비로움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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