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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생활 할 때 경험

애니멀 미팅

▶애니멀 미팅

애니멀 미팅?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 나오는 얘기도 아니고 애니멀 미팅이라니요?

제가 다니던 회사는 중공업회사였습니다. 각종 건설 중장비와 공작기계, 철도차량, 지게차 및 트럭 엔진을 생산하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입니다. 제가 근무한 부서는 지게차를 생산하는 본부였습니다. 일본 기업과 기술제휴를 통하여 국내에 각종 지게차를 생산, 판매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 축적되어 10년간의 기술제휴를 만료하고, 1983년도에 미국 캐터필러사와 OEM방식의 지게차 수출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는 기존의 생산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물량입니다. 한 달에 100~150대 생산하는 기존 공장에서는 조달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별도의 공장을 건설하여 전용 생산 라인을 구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별도의 팀이 구성되어 기존의 물량의 10배 이상인 월 1000대 이상 생산하는 공장을 구축하고 시운전을 거쳐 양산을 시작하였습니다.

 

새로운 라인을 구축하고 새로운 생산 방식을 적용하는 라인이 처음부터 계획했던 대로 생산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설비 및 부품 공급 시스템의 안정화를 통한 자재 관리는 생산 활동의 핵심이었습니다.

 

신설된 라인을 조기에 안정화시키기 위해서 매일 생산 회의가 부사장님 주재로 열렸습니다. 담당 본부장님이 계시지만 전사적으로 처음 추진하는 OEM방식이라서 경영진에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안정된 물량과 품질을 확보하여 캐터필러사와 약속된 물량을 공급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입니다.

 

조립라인은 자동차 공장의 slat_conveyor system과 같은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확한 시간에 완성된 차량이 conveyor에서 built-out되어야 합니다. 중간에 설비에 문제가 있으면 라인이 중지되고, 부품 공급이 차질이 생기면 이빨 빠진 모습으로 차량 간격이 멀어지게 됩니다.

 

조립 라인에 문제가 있어 conveyor가 정상적이지 않으면 그 원인을 해소하기 위한 관련 부서장들과 팀장들이 참석하는 회의입니다. 부사장님은 회의에 참석하기 전에 조립라인을 둘러보고 라인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그러고 나서 회의장에 오시기 때문에 라인의 문제점을 알게 됩니다. 같은 문제가 조기에 해소가 안 되고 계속하여 같은 현상이 벌어지면 회의석상에서 관련자들은 혼줄이 나기 일쑤입니다. 한마디로 묵사발이 됩니다.

 

조용조용하게 발생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큰 소리는 물론이고 어떤 때는 인격적으로 모욕을 당하는 수순까지 가기도 합니다. 그때는 참석자들 모두 좌불안석입니다. 많은 문제가 발생하지만 주로 자재 결품에 따른 라인 중단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회의 참석 전에 자재를 관리하는 담당자들은 심한 말로 도살장에 끌려가는 심정일 겁니다.. 그렇게 신나게 깨지고 나면 회사 다니고 싶은 마음이 없어집니다.

 

이러한 풍경이 한 달 이상 매일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회의를 생산 회의가 아니라 ‘‘애니멀 미팅이라고 지칭합니다. 안 깨지고 나오면 다행이기 때문입니다. 작금의 회사 상급자 갑질 행위가 매스컴에 보도되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당시 잊지 못할 회의 모습이었습니다.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그런 부사장님의 호통 덕분에 라인은 빨리 정상화되어 갔습니다. 캐터필러사에 공급하는 물량도 차질 없이 진행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생각지도 못할 모습일겁니다. 그렇게 치도곤을 당한 담당자들은 지금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그냥 추억거리로 얘기하고 있겠지요? 저처럼 말입니다.

 

정말로,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신비스러움입니다.

나는 지금 새로운 경험 중입니다. 이 또한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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