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쌀밥이 먹고 싶다.

‘나는 정말로 흰쌀밥이 먹고 싶다!’
아내가 밥을 하면 현미 쌀에 귀리, 콩, 옥수수 등 여러 가지를 넣는다.
그리고 치자물 섞인 물로 밥을 한다.
그런데 먹는 나는 별로다. 식감이 영 살아나지 않는다.
가끔 투정을 부려봐도 다 건강을 위해서 그런다고 하면서 막무가내다.
아무리 건강에 좋다고 하지만 입맛이 없을 때는 그다지 먹고 싶지 않다
1일 2식만 해서 다행이니 세끼를 다 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전주에서 나 혼자 지낼 때는 가끔 냄비밥을 해 먹었다.
냄비에 흰쌀을 넣고 적당히 누룽지를 만들어 먹으면 꿀맛이다.
남들은 번거롭지 않느냐고 말들 하지만, 나는 그게 참 재미있었다.
밥맛도 좋거니와 고소한 누룽지를 후식으로 먹으면 고소했었다.
별다른 반찬 없어도 냄비밥만 해 먹으면 한 그릇 그냥 넘어간다.
그런데 인천으로 합치고 나니 그러지를 못한다.
내가 하려고 해도 가스 불이 아니고 인덕션 가열 방식이라 자신이 없다.
냄비밥은 불을 잘 맞추어야 타지를 않고 제대로 밥이 되기 때문이다.
흰쌀밥 하루만 해달라고 해도 들은 체를 않으니 어쩌란 말인가.
굶어 죽지 않으려면 잔소리 말고 먹는 수밖에 없다.
난 정말 한 끼라도 맛있는 흰쌀밥을 먹고 싶을 뿐이다.
자신이 좋아한다고 남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배웠다.
그런데 이거는 내 생명이 걸린 일이라 싫어해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고 아내에게 책 읽으라고 강요한다면 어떠할까?
정신 건강에 좋다고 하며 책을 주어도 선뜻 읽지를 않는다.
그런 경우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언뜻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다음번에 입맛이 없고 흰쌀밥 생각이 날 때 이런 얘기를 해봐야겠다.
‘당신은 왜 내가 싫다는 걸 자꾸 강요하는 거지?’?’
‘당신도 내가 책 읽으라고 권해도 펴보지도 않잖아!’라고 말이다.
그러면 아마 이런 답이 올 것이다.
‘다 당신 생각해서 하는 겁니다. 나도 이건 저건 안 넣고 하면 편해요’라고 말이다.
말해봤자 본전도 못 건지는 꼴이 될 게 뻔하다.
안 되는 거에 매달리면 당사자만 애가 닳는다.
포기할 때는 과감하게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고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편이 한결 수월하다.
그게 현명한 처사다.
언젠가 한 번 냄비 밥하는 거에 도전해봐야겠다.
‘아쉬운 사람이 우물 판다’는 말처럼 말이다.
그런데 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직접 나서기가 싫어지니 어쩌란 말인가.
없으면 어쩔 수 없이 하지만 안 해도 되는 상황이 되면 하기가 싫어진다.
그래도 난 해주는 흰쌀밥을 한번 먹고 싶다고요!
죽기 전에는 먹을 수 있을까?
아! 며느리보고 해달라고 하면 되겠다.ㅎㅎ
'생각날 때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벽달 (0) | 2021.04.29 |
---|---|
아침 산책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0) | 2021.04.26 |
인천은 지금 공사 중이다 (0) | 2021.04.15 |
왕따 당한 할아버지 (0) | 2021.04.11 |
피드백 (0) | 2021.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