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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날 때마다

아침 산책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아침 산책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동네 공원에서 아침 산책을 한 지 10개월이 넘어간다.

그러다 보니 아침마다 만나는 사람이 있고, 봄이 오자 운동하러 나오는 사람이 있다.

요사이는 동네 공원이 새벽부터 부쩍거린다.

 

새로 온 사람 중에 자기가 좋다고 노래를 크게 틀어 놓고 걷는 사람이 있다.

조용한 새벽에 여간 귀에 거슬리는 것이 아니다.

혼자 조용히 걸으면서 하루의 일과를 생각하려는 사람에게는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소리를 줄이든지 이어폰을 사용하고 혼자 들으면 좋으련만 안하무인이다.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며 며칠 동안을 참았다.

같이 즐거운 마음으로 들을까?’

나 혼자만 유별나게 그러는 것이 아닐까?’

좀 소리를 줄여 달라고 할까?’

소리를 줄여달라고 하면 화를 내는 건 아닐까?’ 등 오만가지 생각이 올라왔다.

 

며칠을 참다가 드디어 결행을 하기로 했다.

속도를 내어 그 사람 곁에 바짝 붙었다.

안녕하세요?” 먼저 인사를 했다.

, . 안녕하세요?”하고 답신이 왔다.

노래를 좋아하시나 봐요?”?” 이어서 정답게 아는 체를 했다.

헤헤, 웃으면서 대답을 한다.

, 이 정도 반응이면 본론으로 들어가도 될 듯했다.

근데요, 소리 좀 줄여주시면 안 될까요?”

대답이 없다. 내 말을 들었는지 듣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노랫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계속해서 들리고 있다.

다음 날에도 시끄러운 노랫소리는 새벽 정적을 깨뜨리고 있었다.

이제는 어찌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만나지 않는 것이 상책일 거 같다.

내가 새벽 시간을 바꾸든지 장소를 옮겨야 한다.

 

우리가 살다 보면 꼭 이런 사람이 있다.

그럴 때는 같이 즐기든지 그렇지 않으면 무관심하면 된다.

그런데 성격상 정상이 아닌 것을 보면 여간 불편하지가 않다.

나이가 들더니 그런 틀이 더 견고해진 거 같다.

 

그럴 때는 기분 상하지 않게 시정을 요구하는 경우가 요사이 많아졌다.

남들은 헤코지 당한다고 관두라고 하지만 불편한 것을 참지 못할 때가 있다.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고 내 요구를 관철하는 방법을 어느 정도 알고는 있지만,

아직 수양이 덜 된 것 같다.

 

내가 적응하지 못하면 떠나는 편이 차라리 편하다.

괜히 그딴 일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라는 말로 위안을 삼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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