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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날 때마다

왕따 당한 할아버지

왕따 당한 할아버지

 

나에게는 두 명의 손주가 있다.

친 손주 외 손주 각각 한 명씩이다.

두 녀석의 차이는 2개월 정도다.

외 손주가 나에게 할아버지라는 타이틀을 최초로 주었다.

 

두 녀석은 한때 인천과 거제에서 떨어져 살았다.

그러다가 몇 년 전에 딸내미가 인천으로 이사를 왔다.

이제는 서로 가까운 지역에 있다 보니 예전보다 더 자주 뭉칠 수가 있다.

가끔 만나면 자기들만의 놀이에 빠져 땀으로 범벅이 되곤 한다.

두 녀석 모두 형제가 없다 보니 둘이 만나면 죽고 못 산다..

어쩌다 놀다가 가끔은 삐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가끔 손주들을 보러 집에 가곤 한다.

그때마다 난 손주들과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며 같이 지낼 수 있었다.

어떤 때는 서로 씨름을 하며 신체적인 놀이를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불거진 과한 동작으로 녀석들이 가끔 삐지기도 하지만,

할아버지인 나는 항상 살아 있는 장난감이고 놀이터였다.

언제나 환영받는 할아버지였다.

 

어쩌다 가족 전체가 한 곳에 모일 때가 있다.

그때는 두 녀석은 물 만난 고기들처럼 온 집안이 시끌벅적거린다..

두 녀석 모두 땀을 뻘뻘 흘리며 자기들만의 세상에서 논다.

이제는 할아버지는 안중에도 없다.

같이 끼어보려고 하지만 자기들끼리만 놀고 아예 상대도 안 해 준다.

나를 완전히 왕따 시키는 것이다.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경우는 두 녀석이 합세해서 나를 공격할 때다.

자기들끼리 놀다가 지치면 그때서야 할아버지를 공격하는 것이다.

아직은 어린 손주들의 공격을 견뎌낼 체력은 되니 다행이다.

그런데 올해 두 녀석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두 녀석들의 공격의 강도가 점점 세게 느껴지고 있다.

 

나의 로망은 손주들에게 책 읽어주고 같이 운동하는 것이다.

책하고 친해져서 책을 많이 읽고 길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가끔 그림책 선물을 주기도 한다.

내가 늦게 터득한 책 읽기의 맛을 일찍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코로나로 인하여 자주 모일 수 있는 기회가 적어 아쉽기만 하다.

내가 같이 놀아줄 수 있는 시기가 자꾸 줄어드는 것 같기 때문이다.

각 시기마다 맞는 놀이가 있는데 그 시기를 놓치는 것 같아서다.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만나서 그들만의 세상을 즐겨야 하는데 말이다.

 

어서 빨리 이 난국이 끝나고 정상적인 일상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두 녀석이 이러한 세상이 정상이라고 기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이 또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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