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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은 것들

맞장구치다

맞장구치다

이 말은 남의 말에 동조하고 공감하면서 호응할 때 쓰는 말이다.

원래 맞장구라는 말은 풍물놀이할 때 둘이 마주 서서 장구를 치는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맞장구를 치려면 서로 호흡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맞아! 맞아!’라고 하면서 호응하거나 동의할 때도 맞장구치다라고 한다.

 

맞장구가 서로 호흡이 맞고 장단이 맞으면 듣는 사람은 물론 치는 사람도 절로 흥이 난다.

그러면 우리는 북 치고 장구 치고를 하면서 흥겨운 춤판이 벌어진다. 신명이 나는 것이다.

우리네 일상에서도 서로 공감하고 호응할 때 교감이 이루어진다.

그럴 때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눈빛만 마주쳐도 뜻이 통하는 것이다.

이럴 때는 말 안 해도 내 맘 알지?’라는 말이 실감 난다. 찰떡 콤비가 따로 없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모든 것이 잘 화합해야 부드러운 소리가 나듯이 말이다.

우리 삶에는 이렇듯 둘이 합쳐질 때 흥이 저절로 솟구친다.

우리 국악의 판소리도 고수가 맞장구를 쳐주어야 소리꾼이 신이 난다.

소리 중간에 얼쑤! 잘한다!’ 등과 같은 추임새에 소리꾼은 신명 나듯이 소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럴 때 우리는 혼연일체가 되어 어깨춤이 들썩거리고 소리꾼의 부채가 춤을 준다.

 

강의할 때도 마찬가지다.

어디 잘하나 한번 보자라는 마음으로, 팔짱을 끼고 몸을 뒤로 젖히면서,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청중을 보면 힘이 빠진다. 특히 나이가 들고 전문가들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더 한다.

맞장구가 아니라 심사위원들이다.

더구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잡담하는 사람들 보면 강의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 이 강의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떠나고 싶은 심정이 든다.

맞장구는 쳐주지 못할망정, 이는 강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언젠가 평생교육원에서 효에 관한 강의를 십여 명의 사람들과 들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강사의 수준이 내가 기대하던 수준 이하였다.

대다수 많은 사람들의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었다.

그때 나는 맨 앞에 앉아서 강의가 끝날 때까지 연신 강사와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의식적으로 열심히 맞장구를 쳤던 것이다.

 

지루한 강의가 끝나고 사람들이 다 빠져나갔을 때, 강사는 나한테 연신 호응해주어서 고맙다고 했다.

그때 나는 맞장구쳐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강의할 때도 나를 쳐다보면서 고개를 끄덕거리며 공감하는 사람을 보면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투자 없이도 횡재하는 경우다.

친구가 고민이 있다고 하면서 자신의 속사정을 털어놓을 때도 마찬가지다.

공감하고 맞장구쳐줄 때 친구는 위안을 받는다.

괜히 친구 위한다고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고 세월호 심리학자 정혜신 박사는 그의 저서 당신이 옳다에서 말하고 있다.

 

우리는 관계 맺으러 이 지구별에 왔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남과 관계를 잘 맺는 방법은 적절한 시기에 맞장구쳐주는 일이다.

말 안 해도 알겠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표현하고 행동해서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어 가자.

일방이 아니라 쌍방 소통을 통한 신명나는 세상은 진정 꿈은 아닐 것이다.

 

SNS에 댓글을 달아주는 것도 서로 맞장구쳐주는 일이다.

진심이 실린 댓글은 서로를 연결해주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악성 댓글은 멘탈이 약한 사람에게는 극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

문자를 받았는데도 아무런 대꾸도 없으면 별스런 상상이 든다.

우리 서로 댓글 품앗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도 해본다.

이제라도 북 치고 장구 치며 신명 나게 맞장구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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