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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날 때마다

바람불어 좋은 날?

▶바람 불어 좋은 날?

 

어제는 바람이 무척이나 부는 날이었다.

가끔 돌풍이 불 때도 있었고, 황사가 기승을 부리는 심술궂은 날씨였다.

외출하고 들어오면 눈이 따가울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바람이 불어와야 씨앗이 멀리까지 퍼져야 하는 식물들은 좋겠지만,

우리는 거친 봄바람에 옷깃을 여밀 뿐이다.

 

아침에 동네 작은 공원으로 걷기 운동을 하러 나가보니,

휘몰아치는 바람에 작은 가지가 떨어져 나간 모습이 여기저기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 조그만 새 알도 떨어져 깨져 있었다.

나뭇가지 사이에 조그맣게 지어진 새집도 한쪽이 무너져 내렸다.

어제 세찬 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그만 변을 당한 것이다.

새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태풍을 만난 그런 상황일 것이다.

 

며칠 전까지 어미 새가 열심히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을 봤었는데,

어미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그런 변을 당한 것 같았다.

깨어진 알을 보니 새의 모습이 거의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조금만 더 있으면 넓은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는데,

야속한 바람이 심술을 부린 꼴이 되고 말았다.

 

아마 어미 새는 그 모습을 보고 황당함과 애처로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면서 본인의 불찰을 자책하였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바람불어 좋은 날은 아니었다.

누구에게는 좋은 날이, 누구에게는 심술쟁이 같은 날이다.

음과 양이 있고, 좋은 일과 나쁜 일은 항상 같이 존재하는 것이다.

빛이 밝으면 밝을수록 짙은 그림자가 생기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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