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산책 길에서

새벽 산책 길에서                             

새벽 운동을 하기 위해서 알람을 맞추어 놨건만

항상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난다,

처음에는 알람을 듣고 일어났었다.

조금 지나니 알람을 듣고 나서 집을 나섰다.

최근에는 알람도 듣지를 못하고 집을 나선다.

오늘도 알람 소리는 듣지를 못했다.

알람은 빈방에서 혼자서 울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몸이 먼저 반응을 하고 있다.

 

어두운 새벽길을 걸어 항상 가는 수봉공원으로 갔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다고 일주일 전부터 정상까지는 폐쇄되었다.

정상으로 걸어가는 길 양옆에 벚꽃들로 인해 상춘객들이 모인다는 이유다.

중턱에 있는 도서관 앞 광장까지만 허용이 된다.

광장 주위를 서너바퀴 돌았다.

벌써 부지런한 사람들은 나처럼 걷고 있다.

젊은 사람들은 찾아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는다.

 

휴대폰의 음악을 들으면서 걷고 있는 어르신도 보인다.

지팡이를 집고 천천히 걷는 분도 있다.

씩씩하게 두팔을 흔들며 파워 워킹을 하는 중년의 여자도 있다.

뒤로 걷는 사람도 있고, 두세 분이 같이 담소하며 걷는 분도 있다.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도 있다.

검은 털이 더부룩한 개, 조그마한 애완견도 보인다.

개들도 신이 나는가 보다. 

어떤 개들은 서로 짖으면서 싸우려고 한다.

힘이 넘치는 개 두 마리를 데리고 힘이 달려 주체하지 못하는 여자분도 있다.

개들은 본능대로 자기 영역표시를 부지런히 하고 있다.

 

자주 가다 보니 눈에 익숙한 복장으로 걷는 분이 있는데,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괜히 기다려진다.

아마 일요일이라고 아침 일찍 출타 준비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일은 나오시겠지?

 

주변에 있는 벛꽃들이 만개해져 있다. 개나리도 철쭉도 피었다

바닥에 떨어져 꽃길을 만들고 있구나. 

누군가는 덕담으로 꽃길만 걸으라고 하던데, 

내가 지금 그 길을 걷고 있다.  

 

한쪽에 갖추어진 운동기구들을 이용하여 아침 운동을 했다.

웬만한 종류의 기구들은 비치되어 있어서 정상에서와 마찬가지로 운동을 할 수 있다.

정상보다는 소수의 인원들만 운동을 하고 있다,

나 혼자서 구령을 불러가며 국민체조도 했다.

정상에서는 체조 음악에 맞추어 여럿이서 했는데 혼자 하려니 좀 어색하다.

 

벌써 여명이 다가온다.

해가 뜨는 시간이 많이 빨라졌다.

귀가 길에 보니 어두워서 보이지 않던 선거 벽보가 보인다.

후보들의 프랑카드도 보인다.

어제까지 사전투표는 끝났다. 최고의 투표율이라고 한다.

D-3이다. 확실히 선택을 해야 한다. 

당일 밤은 개표방송을 보기 위해 아마 잠을 못 잘 것이다.

 

낮에는 나갈 수 있는 곳이 없어 집에만 있다 보니

새벽에 걷는 이 순간이 소중하게 생각된다.

온 창조물들이 밖으로 나오려 하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집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려고 할 것이다.

어찌 그걸 막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