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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경험들

백수 만세!

백수 만세!

백수는 말 그대로 맨손, 빈손이다.

아무것도 없을 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아닌 상태, 어쩌면 그 어떤 것도 아니기를 원하는 상태인지도 모른다.

세상이 가라는 길을 갈 수도 없지만, 한편으로는 일부러 그 길을 가지 않은 채 머뭇거리는 순간이 백수의 상황이다.

 

조선시대 백수는 은사, 처사, 포의, 한림 처사 등으로 불렸다.

심한 당파싸움으로 인하여 음모에 휘말려 자기도 모르게 죽음으로 가야 하는 상황을 본 선비들은 관리가 되는 방법을 포기하고 초야에 묻혀 사는 경우가 많았다.

현대의 백수는 자의 건, 타의 건 간에 일하던 일터로부터 떠밀려 나간 상태가 많다.

작금의 코로나 사태는 많은 사람들을 실업의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어쩔 수 없는 백수가 넘쳐나는 시대다.

 

 

아무런 대책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백수가 되어 버리면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당장 먹고 살아갈 길이 망막하게 느껴진다.

조직의 틀 안에 안주하고 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의 혼란스러운 마음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이때는 잠시 쉬어가라는 신의 계시로 생각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쉬는 것도 괜찮다.

다급한 마음에 허둥지둥 거리며 이것저것 하려고 하다가 시간만 허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과거의 내 모습을 한번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좋다.

백수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무엇도 될 수 있지만, 그 무엇도 되지 못할 수도 있다.

바깥에 나와 보면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접할 기회가 많아진다.

그래서 위기라면 위기이고 기회라면 기회의 시기다.

 

백수가 과로사 한다.’라는 말이 있다. 프리랜서, 백수가 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무엇이 될 수 있는 존재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이 많다 보니 과로하기 쉬울지도 모른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벗어나다 보면 홀가분하기도 하고 더 충만한 삶을 만들어 갈 수도 있다.

 

<18세기 조선의 백수 지성 탐사>라는 책을 낸 길진숙 작가는, 백수 시절은 인생최고의 순간이라면서,

어려운 경우에 처했을 때 우리는 죽을 자리에 서야 사람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위기에 봉착해야 사람을 알아본다.”라는 말로 자신을 위로하고 다독인다. 진부하지만 살아 보니 고비 때마다 과연 맞는 말이구나, 한다. 늘 무방비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사건이 닥쳐오지만 문제는, 내가 어떤 마음으로 대처하느냐에 따라 이 사건이 다르게 전개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행·불행은 사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모든 사건은 기회다,’라고 말한다. 이제는 내 인생 끝났다고 포기해 버릴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동안 조직에 매여 있어 항상 시간이 없다는 타령을 하다가, 이제는 오로지 자기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백수는 아침에 눈을 뜨면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 기대와 설렘은 백수들을 흥분시킨다.

오롯이 나를 위한 일을 하는 백수는 하루가 짧게 느껴지고 그래서 과로사한다는 말이 사실일지 모른다.

 

우리는 언제라도 백수가 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백수가 되었을 때를 대비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백수생활을 맞이할 준비에 철저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야 조직의 불합리한 것들과 과감하게 마주칠 수도 있다. 비굴하게 굴지 않고 당당하게 처신할 수 있다.

삶은 항상 준비하는 자의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백수, 인생 역전의 기회다.

백수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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