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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경험들

설악산 새벽 산책 길

설악산 새벽 산책 길

새벽 5시 10분

두꺼운 겉옷을 입고 힐링센터의 문을 나선다.

아직은 아무도 나오지 않은 고요한 새벽에

설악산 쪽을 향하여 가볍게 발걸음을 뗀다.

나무들이 흔들리며 바람 소리가 거세게 들린다

어젯밤부터 강풍이 몰아치더니 지금도 바람은 그치지를 않는다.

가볍게 심호흡을 하며 맑은 공기를 깊숙이 들이마신다.

평소에 느껴보지 못한 신선한 냄새가 폐 속으로 들어찬다.

미세먼지로 찌든 도시의 하늘만 보다 설악의 맑은 공기는 내 마음까지 확 뚫리는 것 같다.

 

옆에 있는 계곡에서는 물소리가 다정하게 들린다.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가 어울려 환상의 하모니를 연출한다.

아, 얼마 만에 취해보는 자연의 맛인가!

'딱따르르르' 처음 듣는 딱따구리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린다.

이름 모를 온갖 산새들의 웃음소리도 즐거움에 넘쳐난다.

도시생활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소중한 보물이자 선물이다.

 

군락을 이룬 금강송에서 품어 나오는 피톤치드,

피골 계곡에서는 바위에 딪쳐 퍼져 나오는 음이온의 물,

맑은 공기와 함께 내 몸속에 들어와 새 몸이 되었다.

금강송 솔밭 길을 맨발로 걸어본다.

발바닥에 느껴지는 차갑지만 시원한 감촉이 나를 깨워준다.

한 평생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와 함께 살고 지고 싶다. 

 

평일에는 썰렁하던 이 곳이 황금연휴를 맞이하여 활기에 넘친다.

숙소마다 차들이 넘쳐난다.

평소에는 발길이 뜸하여 황폐스러운 모습으로 보이던 숙박시설과 음식점들이 을씨년스럽기도 하였다.

3년 전에도 마찬가지였었다.

드문 드문 무너져 내린 건물들이 보인다. 흉포스럽다.

 

돌아오는 길에 여명이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 인적은 없다.

숙소에 들어와 안마의자로부터 시원한 안마를 받기 위해 내 몸을 맡긴다.

온몸의 근육이 기지개를 켜는 것 같다.

모든 관절들이 꿈틀 거리며 새 날을 만들고 싶어 한다.

 

아, 그냥 여기서 쭈욱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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