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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경험들

책 오래 읽기 대회

책 오래 읽기 대회

 책 오래 읽기 대회!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좀처럼 들어보기 어려운 말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으신가요?

지난 2014년부터 문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대한민국 독서 대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매년 9월 독서의 달에 열리는 본 행사는, 독서 문화 확산에 기여하기 위하여 책의 도시로 선정된 도시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제주도에서 열릴 계획입니다.

 

 그 기간 동안 다양한 행사들이 기획되고 있는데, 2017년도에 열린 전주대회에서는 '책 오래 읽기 대회'가 열렸습니다.

당일 오후 2시부터 익일 12시까지 전주 한옥마을 내 이오당이라는 장소에서 야외에 천막을 치고 열렸습니다.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꼼짝 않고 책을 오래 읽는 사람이 우승하는 방식이었고, 1등을 하면 상금이 50만 원이었습니다.

평소에 책을 좀 읽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 저는 1등을 자신하고 참가 신청을 하였습니다.

50명의 내노라하는 독서광들이 전국에서 참석했습니다.

 대회 규칙이 있습니다. 경고를 두 번 이상 받으면 탈락입니다. 지정된 자리를 이탈해도 안 되고 졸아도 안 됩니다.

먼저 읽을 책을 선정하고 신청하면 주최 측에서 미리 책을 준비해 놓습니다.

그러면 그 책을 받아서 지정된 자리에서 옴짝달삭하지 않고 오래 읽어야 합니다. 많이 읽기가 아닙니다.

자지 않고 끝나는 시간까지 살아 남아있어야 우승입니다.

 

 아직 여름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9월 초의 오후 날씨는 좀 더웠습니다. 접수번호를 등에 붙이고 지정된 책상에 앉아서 평소 읽고 싶었던 조정래 작가의 「아리랑」을 펼치고 신나게 읽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천막 안이 너무 더웠습니다. 그래도 우승이 목표인데 덥다고 떠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고역이었습니다. 부채를 부쳐가며 모두들 잘 버티고 있더라고요. 

식사는 주최 측에서 준비한 도시락으로 해결했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자 일부 인원이 포기를 하고 귀가를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많이 포기하기를 바랄 뿐이었지요.ㅎ

 

 밤이 되자 천막 안은 무척 추웠습니다. 일교차가 큰 탓에 밤공기가 으스스했습니다.

주최 측에서 부랴부랴 비닐을 준비하여 천막 주위에 바람막이 담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춥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모기떼도 달려들었습니다.

추위를 이기고자 담요와 모포를 두르면서 모두들 책상에 앉아 있지만 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런 탓에 잠이 달아나버려 조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실내에서 했다면 많은 사람이 졸다가 탈락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생하게 버티었습니다.

최종까지 완주한 사람들이 저 포함 31명이나 되었습니다.

 일등을 가리기가 어려워지자 주최 측은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별도의 방법으로 우승자를 가리기를 원했지만, 추위와 모기와 싸워가며 버텨온 참가들은 어느새 동지의식이 발동하였습니다. 같이 밤을 지새운 피곤한 육신들은 우승자를 가리기 위한 별도의 시간이 연장되는 것을 반대했습니다.

그래서 대회 총상금을 1/n로 나누어 완주자 모두에게 공평하게 지급하기로 하였습니다.

 

 끝나고 집에 오니 휴유증이 심각했습니다. 고열과 식은 땀이 나고 피곤하기만 하였습니다.

생각해보니 무모한 짓이었습니다. 다시는 이런 대회는 있어서는 안 되는 행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책 오래 읽기 대회'라는 것은 독서하는 사람들에게 환영받을 수 있는 행사는 아니었습니다.

상금에 눈이 어두워 참가했지만 휴유증으로 며칠 간 고생을 했었습니다. 

아마 그 후에는 없어진 행사였을 겁니다. 그러나 경험 한번 잘 했습니다.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신비스러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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