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엉덩이
오늘은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이야기입니다. 제가 경험했던 일 중에 재미있었던 기억 중의 하나입니다.
제가 직장 생활할 때, 인천에서 안양에 있는 공장으로 출, 퇴근할, 때의 일입니다.
지금과 같은 봄날 토요일 오후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의왕에 있는 회사에서 토요일 오전 근무를 마치고 퇴근버스를 타고 인천으로 퇴근하는 길이었습니다. 항상 출퇴근할 때 유일한 길은 수인 산업도로를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도로가 확장이 되고 다른 도로도 생겨서 그렇게 복잡한 도로가 아닙니다만, 그 당시 수인 산업도로는 평소에도 교통량이 많은 왕복 2차선 도로였습니다. 교통량은 많은데 도로는 좁았습니다. 상습 정체 도로였습니다.
주말 오후에는 차량들이 더 붐볐습니다. 가다 서고를 반복하면서 도로가 무척 막혔습니다.
우리는 차 안에서 여유롭게 낮잠을 즐기면서 가면 되었지만 운전하는 사람들은 짜증이 나기 일수입니다.
노후한 화물 차량이 앞에서 가면 모든 차람이 그 뒤를 졸졸 따라가야 하는 형편이었습니다.
참다못한 운전자가 중앙 차선을 넘어 추월하다가 충돌사고도 종종 일어나곤 했습니다.
그땐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막막한 시간의 연속일 뿐이었습니다.
졸다가 깨어 창밖을 보니 옆 차선에 관광버스가 멈춰있었습니다. 차 안에는 중년 아주머니들이 봄놀 이 가는 중이었나 봅니다. 정류장도 아닌데 차 문이 열리더니 5~6명의 아주머니들이 내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냥 무심코 보았습니다.
어느 순간 막힌 길이 뚫려 관광버스가 움직이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우리는 못 볼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일련의 아줌마들이 버스를 가로막 삼아 생리현상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미처 일이 끝나기도 전에 그 가로막 역할을 하던 버스가 앞으로 가 버린 것입니다. 버스 가로막이 없어진 그 자리엔 아줌마들의 에로틱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참 하얀 엉덩이를 들어 내놓고 뒤돌아서 볼일을 보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어지간해서는 한 낮 대로변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을 보게 된 것입니다.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여인네들의 뒷모습이 그렇게 매혹적이고 새하얀 것인지. 정말 눈처럼 새하얗였습니다.
우리는 참 희한한 광경을 보았다고 하지만 당한 아줌마들은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요?
그 관광버스기사는 그런 상황인 것을 몰랐을까? 알고도 일부러 그랬을까? 아니면 앞차가 이동했으니 나도 차를 이동해야 한다는 생각만이 가득했을까? 버스기사님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어옵니다.
그런 상황을 맞이한 아줌마들은 처음에는 아마 무척 당황스러웠을 것입니다.
상황이 바뀌었다고 해서 바로 하던 일을 중단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지
않겠습니까?
일을 마친 다음에는 모두 옷을 추스르느라고 서두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런데 차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보니깐 다들 재미있다는 표정입니다. 웃으면서 달려갑니다. 왜 그럴까? 민망한 모습을 웃음으로 무마하려고 했을까?
이제는 그 정도야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럴까? 지금도 그날의 그 광경을 잊을 수 없습니다.
잠이 확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런 광경도 마침 잠을 깬 사람만 볼 수 있었던 사항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아줌마들 만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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