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안주(安住)는 안락사(安樂死)다“라고 말하는 정진홍 작가가 성장통이 아니라 정지통을 앓고 있는 이들을 위하여 50여 일간 산티아고 900여km를 걸으며 깨달은 삶의 철학을 전하고 있다. 전에 작가가 쓴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글 속에서 감미롭고 은은한 향기가 남을 느꼈는데, 역시 이 책에서도 그 맛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었다. 지금도 그 여운이 남아 있어 행복한 기분에 젖어든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은 야곱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까지 걷는 길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제주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이사장도 이 길을 걷고 와서 착안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걸어가고 있다.
안주하는 삶보다 도전하는 삶을 살기를 원하는 작가는, 먼 길을 제대로 가기 위해서는 오히려 어느 정도의 정지와 멈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어느 날 갑자기 ‘거대한 정지’로 몰아넣기로 작정하고 산티아고에 도전하기로 한다. 사람은 몸이 먼저 늙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늙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 건강검진은 받아도 마음 건강검진은 받아볼 생각조차 안 한다고 하면서 마음 건강검진을 위하여 산티아고 900여km를 걷기로 한다. 그 길은 작가의 인생에서는 ‘위대한 멈춤’이었다.
‘세상은 저지르는 자의 것이다’라는 믿음 속에서 발이 부르트고 물집이 잡히며 디디기조차 힘들 정도로 혹사시키면서 걸으며 마음속에 있는 ‘숙변 같은 눈물’을 쏟아낸다. 그 눈물들이 희뿌옇던 마음속의 렌즈를 닦아내고 ‘어제와 다른 나’, ‘오늘과 다른 내일’을 예감하는 격정이었다고 고백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은 현재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더욱 스스로를 벼름질해서 내일의 승리를 준비하고 기약하겠다는 독하디독한 깬 성찰이요, 자신의 안주함을 경계하는 서슬 퍼런 삶의 절규임을 깨닫는다.
‘나는 죽어서 무엇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나는 무슨 꽃을 피우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통하여 자기의 삶을 되돌아보아야 됨을 느낀다. 이 세상 천지간이 꽃이지만 꽃구경만 하지 말고 나 자신은 어떤 꽃을 피우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아야 한다. 그럼으로써 내가 제대로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리 살겠느냐는 절실한 물음과 직결된 매우 절절하고 절박한 삶의 문제를 성찰하여야한다.
작가가 혼자서 50여 일간의 험난한 여정동안 고난과 환희를 겪으면서 던져주는 메시지들은 각자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도록 그동안 의미 없이 지나쳐온 사실들에 대한 통찰을 갖도록 만들어준다.
중간에 작가가 여행 중에 찍은 사진들이 삽입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게 상황을 이해하면서 같이 그 길을 걸어가는 듯한 느낌을 공유하며 읽을 수 있다. 또한 이 책에서 주는 맛을 음미하면서 삶이 고달프거나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읽어보면서 마음의 검진을 받아보고 싶은 책이다.
2013년도, 매월 첫, 세째 주 목요일 전주 송천동 뜨란채 아파트 도서실에서 10여명의 회원들과 함께 열리는 ‘책숲 독서모임’과, 매월 마지막 목요일 저녁 진북동 우성아파트에서 7명의 회원들과 함께하는 ‘아하 독서모임’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마음을 나누어 보았다. 회원 모두가 우리도 한 번은 언젠가 산티아고를 걸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끔 하는 이 책을 일독하기를 권한다. 모임이 끝나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헤어지기 싫은 발걸음을 돌렸다.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신비임을 알아차린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경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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